[이경호의 외야석] “WBC 한국야구는 비상상황이다”

입력 2016-08-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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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KBSN해설위원은 한국야구가 지금부터 진지하게 WBC를 준비하지 않으면 곤경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대회다. 몇몇 축구 골수팬들은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FIFA월드컵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혐오한다.

그러나 2006년 처음 시작된 세계 유일 야구 A매치 대회에 대한 국내 야구팬들의 반응은 언제나 뜨겁다. KBO리그는 2006년 제1회 대회 4강, 그리고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에 힘입어 구단증설, 신축구장, 800만 관중이라는 전성기를 맞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며 프로야구 선수들은 앞으로 매년(2017년 WBC~2018년 아시안게임~2019년 WBSC 프리미어12~2020년 올림픽) 국제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국제대회에 대한 갈증이 컸던 야구팬들에게는 꽤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국야구에는 큰 기회이자 위기다. 이제 매년 국제무대 성적표를 팬들에게 제출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하락은 곧 국내 리그 인기 추락으로 연결된다는 건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송진우(50) KBSN 해설위원은 프리미어12 투수코치에 이어 2017 WBC 기술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기술위는 비공개로 예비엔트리 구성작업을 진행했다. 송 위원은 “한국야구가 진짜 위기를 만났다”고 말했다.


-투수, 그 중에서도 선발투수, 특히 우완투수의 전력이 역대 가장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대회 뿐 아니라 KBO리그가 큰 위기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8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며 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투수전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술위원회가 비공개로 39명의 예비 선수를 뽑았다. 우완투수가 정말 없다. 왼손은 김광현, 양현종, 장원준, 차우찬이 선발 자원이고, 정우람, 박희수가 불펜 요원으로 풍부하다. 우완은 선발감이 우규민, 류제국 등이 꼽히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어떤 전략과 해법을 준비하고 있나?

“우리의 역할은 가용 자원을 갖고 최상의 준비를 하는 거다. 프리미어12 때처럼 불펜 투수들의 활용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잠수함 투수들은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경쟁력이 있다. 좌완 선발들이 잘 버티고 불펜 운용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마지막 오승환까지 연결해야 한다. 이러한 전술전략을 준비하려면 감독 선임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왜 우완 투수가 부족하고, 특히 국제무대도 압도할 수 있는 슈퍼 에이스들이 이렇게까지 부족해졌나?

“류현진의 부상이 참 아쉽다. 대 투수의 탄생은 사이클이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뛰어난 투수들이 많이 나온다. 단 부상이 많다. 예전에는 미세골절이라는 부상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나온다. 강골이 부족한 느낌이라고 할까. 예전에는 형제자매도 많고 시골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들에서 산에서 뛰어 놀며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다. 그만큼 아마추어 저변을 넓히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육성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리그는 타고투저가 극심하다. 각 팀마다 투수 부족에 허덕인다. 당연히 대표팀도 투수가 부족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요미우리에서 연수를 했는데 일본 야구는 타고투저를 극복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 낮추기라는 매우 과감한 선택을 연구했고, 실행에 옮겼다. 우리도 메이저리그처럼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를 좀더 넓히는 등의 방법을 연구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투수들도 스트라이크존에 여유가 생기면 더 자신감을 갖고 또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많은 팬들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고 있다. 엄청난 투수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펼치는 경기가 주는 매력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투수의 시대인데 삼진과 홈런이 동시에 많은 리그로 변화하고 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다. 당장 국제대회 성적이 나빠진다면 팬들이 KBO리그를 한순간에 외면할 수 있다. 그 부분이 야구인으로 가장 큰 걱정이다.”(메이저리그는 송 위원의 설명대로 수년째 투고타저를 고민했지만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해 홈런에 대한 득점 의존도를 높이면서 삼진과 홈런이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이다.)


-김인식 위원장을 포함해 선동열 전 감독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 등 프리미어12 코칭스태프가 기술위원회를 맡고 있다. 다시 투수코치로 WBC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2017 WBC를 어떻게 전망하나?

“타자들이 참 든든하지 않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포진되어 있다. 오승환이라는 든든한 마무리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류현진의 부상이 참 아쉽다. 국제대회일수록 한 경기를 책임져주는 특급 에이스가 절실하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불펜 운용에 더 많은 준비와 전략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프리미어12 때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힐 정도로 완벽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항상 완벽하기 힘든 것이 야구인 것 같다. 코치로 다시 갈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현역 코치가 함께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것은 알고 있다. KBO가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다. 빨리 감독을 모시고 코칭스태프도 정해서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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