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도마 神’ 양학선이 그립다

입력 2016-08-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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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발목 부상으로 접은 올림픽 2연패 꿈
후배들 잘하길 바랐는데 가슴이 아파
잘 회복해서 더 나은 모습 보여주겠다

한국남자기계체조는 그동안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올림픽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여홍철(1996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 양태영(2004아테네올림픽 개인종합 동메달)에 이어 2012런던올림픽에선 ‘도마의 신’ 양학선(24·수원시청)이 도마에서 한국기계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도마의 신’을 볼 수 없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이탈과 함께 한국남자기계체조도 리우올림픽에서 힘을 잃었다.


● 올림픽 2연패 발목 잡은 부상

양학선은 지난 3월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최소 9개월에서 1년의 회복기간이 필요한 큰 부상이었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덮친 부상 악몽에 도마 2연패의 꿈도 날아갔다. 양학선은 11일 “아킬레스건 파열이 얼마나 큰 부상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대가 끊어지는 순간 ‘아, 큰일 났다. 올림픽에 못나가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상 당시를 떠올렸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잡고자 아킬레스건 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나섰지만,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부상 부위를 완벽히 회복시킬 순 없었다. 게다가 도마는 도약을 위해 폭발적 파워를 내야 하는 종목이다. 아킬레스건과 주변 근육의 힘을 부상 이전 상태로 돌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기계체조대표팀은 양학선 없이 리우로 떠났다.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은 12개국이 참가한 남자단체전에서 11위에 그쳤고, 개인종합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도마에서 양학선의 후계자로 주목 받았던 김한솔(21·한체대)은 마루, 도마에서 모두 실수를 범하며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후배의 경기를 지켜본 그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양학선은 “나도 처음부터 이름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내가 올림픽을 통해 이름을 알린 것처럼 후배들도 좋은 경기력을 통해 인지도를 얻었으면 했다. 경기를 보면서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 도마는 아직, 기구 종목은 OK!

양학선은 수원 우만동에 위치한 수원시청팀 숙소에서 생활하며 훈련과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부상 후 많이 쉬면서 지금은 부상 부위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렸던 오른쪽 햄스트링 부위도 쉰 덕분에 좋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점프가 필수인 도마, 마루 종목은 아직 소화할 수 없다. 섣부른 복귀가 부상을 또 불러올 수 있다. 양학선은 “이달 말 대회(강원 양구·KBS배 전국체조대회)가 있다. 링, 안마와 같은 기구 운동은 가능한 상태여서 출전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운동을 하면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올림픽 2연패의 꿈은 무산됐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뿐이다. 양학선은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저 무대에 있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잘 회복해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재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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