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1.5피홈런’ 넥센 맥그레거의 명암

입력 2016-08-1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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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맥그레거. 스포츠동아DB

“공격적인 투구가 도를 넘어섰다.”

공격적인 투구는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넥센 외국인투수 스캇 맥그레거(30)가 딱 그렇다.

맥그레거의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3승2패, 방어율 5.71. 52이닝 동안 3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볼넷은 7개만 허용했다. 그러나 홈런을 12개나 허용한 것이 문제다. 경기당 1.5개의 홈런을 허용한 셈이다. 4경기에서 2개 이상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구가 독이 된 셈이다.

이는 일찌감치 웨이버 공시된 로버트 코엘로와 정반대다. 코엘로의 기본기록은 크게 흠 잡을 데가 없었다. 12경기에서 6승5패, 방어율 3.77을 기록했고, 피안타율도 0.226에 불과했다. 그러나 9이닝당 볼넷이 6.1개에 달했다. 평균 5이닝을 소화하며 투구수가 99.5개였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넥센 구단이 과감하게 코엘로를 웨이버 공시한 것도 이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투구수와 볼넷 때문이었다.

맥그레거는 공격적인 승부를 즐긴다. 9이닝당 볼넷이 1.21개에 불과하지만, 피안타가 12.29개나 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닝당 평균투구수는 15.9개로 신재영(15.7개)에 이어 2번째로 적다. 그런데 이는 야수들의 수비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넥센의 주전 야수 A는 “수비시간이 짧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바로 다음 공격에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체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수 B는 “수비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얘기다. 특히 요즘같은 더운 날씨에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야수들의 수비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많은 피홈런을 상쇄할 수 있을까. 이에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제는 투구내용과 승리도 강조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구가 도를 넘어섰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맥그레거는 투구수가 적은 편이다. 볼넷을 2~3개 정도 주고도 7이닝은 끌고 갈 능력이 있다. 빠른 승부를 하게 되면 경기 시간이 짧아지고, 야수들도 덜 지친다. 시즌 막판에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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