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8월4일 사직 롯데전은 김세현의 긍정적인 변화가 투영된 한판이었다. 이전까진 주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2가지 구종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서클체인지업 하나를 섞었을 뿐인데, 결과가 매우 좋았다. 5-4로 앞선 9회말 2사2루에서 나경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마치 포크볼을 연상케 하는 위력적인 종변화구였는데, 김세현은 “서클체인지업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올 시즌 처음 던진 구종이었다. 김세현은 12일 고척 KIA전에 앞서 “직구와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는데, 제3의 구종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세현은 올해 1~2차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를 가다듬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스플리터를 장착하면 훨씬 위력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시즌 초반 직구 일변도의 투구를 할 때 누구보다 강하게 질책했던 이가 바로 염 감독이다. KBO리그에서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하는 김세현이 확실한 마무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공교롭게도 김세현은 서클체인지업 1개로 승리를 지켜낸 뒤부터 3연속경기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에 4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고, 피안타율도 0.214에 불과하다. 데뷔 첫 30세이브까지 달성했다. ‘성공 체험’을 통해 자신감이 붙자 변화구 구사 빈도가 높아졌다. 상대 타자들이 노림수를 가져가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김세현은 “선발투수로 뛰면서 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커브, 서클체인지업 등 많은 구종을 던져봤다”며 “구속을 조절하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도 한 방법인데, 스플리터는 아직 완벽하지 않아 서클체인지업을 던져보니 괜찮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세현의 공을 받은 넥센 불펜포수 양희현 씨는 “(서클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이 커서 위력적이다. 한순간에 확 꺾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