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그러나 고종욱은 “잘 치는 것 같진 않다. 아직 부족하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12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 후 첫 풀타임 시즌인 2015시즌 119경기에서 타율 0.310(407타수126안타), 10홈런, 51타점의 성적을 거두고도, “실패한 부분이 많았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만족을 모르는 성격은 고종욱이 성장하는 밑거름이다.
올해는 자기만의 루틴을 확실히 정립했다. 지난해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의 대처법을 연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재학 코치님께서 ‘루틴이 한번 몸에 배면 끝까지 이어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대로 실천에 옮기니 컨디션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집중력도 높다.”
고종욱은 5월 23경기에서 타율이 0.271(85타수23안타)로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4월 22경기에서 0.357(84타수30안타)였던 타율이 뚝 떨어졌다.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아 자칫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고종욱은 이를 슬기롭게 이겨냈다. 6월 24경기에서 타율 0.366(93타수3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7월 21경기에서도 0.383(94타수36안타)의 고타율을 자랑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바깥쪽 코스의 변화구를 밀어치는 능력도 향상됐다. 볼넷(19개)보다 삼진(76개)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이 다소 아쉽지만, 염 감독은 “단점을 보완하려고 스타일을 바꾸면 평균치가 확 떨어진다. 2스트라이크 이후 존을 높이라는 조언만 한다”며 기를 살려줬다.
다음 목표는 내년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다. 마침 대회 1라운드가 열리는 장소도 넥센의 새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다. 약점인 수비를 더 보완하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아직 나이도 젊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꾸준히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꿈은 아니다. 고종욱은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아직 형들과 견줘 부족하다”면서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다. 일단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