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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하지만 독특하고 확고한 색을 갖춘 잔나비의 음악은 이런 수식어가 아닌 잔나비 그 자체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한 것이었다.
또 그렇기에 이들의 첫 정규 앨범인 ‘MONKEY HOTEL’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풀사이즈 앨범인 만큼 이들이 하고자 하는, 들려주고자 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MONKEY HOTEL’의 가장 큰 특징은 콘셉트 앨범이라는 것이다. 몇 부작으로 진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MONKEY HOTEL’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꾸준히 진행되는 작품이며, 이번 호텔은 그 이야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최정훈은 “시리즈 앨범이 ‘몽키 호텔’의 첫 이야긴데, 극단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일부러 연출을 한 거다. CD 책자를 보면 곡마다 삽화를 넣은 이유다”라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스토리는 구성돼 있다. 스토리가 식스센스급의 반전이 있는 건 아니고, 유치하고 동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걸로 음악 하나하나에 뭔가 즐길만한 걸 던져주고 싶었다. 지금은 삽화를 담았는데 다음에는 사진으로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구상중이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MONKEY HOTEL’의 후속작을 만들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작품은 ‘MONKEY HOTEL’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최정훈은 “다음 앨범이라고 해서 꼭 ‘MONKEY HOTEL2’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장경준도 “다른 앨범이 나오고 나중에 ‘‘MONKEY HOTEL’이 나올 수도 있”라고 말했다.
최정훈은 “이번 앨범을 하면서도 스토리처럼 보이려면 구체화 하는 방법이 힘들더라. 곡마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도 없고... 시기적으로 잘 맞을 때, 잘 나올 때가 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콘셉트 앨범을 택했을까. 최정훈은 “어려서 그런 앨범들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앨범 들어보면 끼워 맞추기 성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평론도 있다. 끼워 맞추기 같기도 한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하나의 맥락을 만들고, 엄청난 걸 만들려고 한 걸 리스펙트한다. (우리도)창작적인 부분에서 남들이 안하는 뭔가를 추가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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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이는 다시 잔나비의 ‘창작적인 부분’은 누가 생각해내는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김도형은 “딱히 비중 그런 건 없다. 내가 리프를 끌고 간다해서 내가 곡을 쓴 것도 아니고, 영현이 만든 거에 내가 넣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피아노라인을 쳐주고 그런 경우가 많다. 악기적인 부분과 편곡적인 부분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작업한다. 어려서부터 같이 해서 프로답게 잘 한 거 같다”라고 답햇다.
이어 최정훈도 “예를 들어 영현이가 곡을 쓰고, 내가 거들고, 도형이가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곡은 도형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려서 나올 수 있던 곡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다”라고 정리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도형과 장경준도 “결국 다 같이 하는 거 같다. 개인을 생각하기보다 다 같이 어떻게 갈까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라고 잔나비의 팀워크를 드러냈다.
콘셉트 앨범이라는 점 외에 잔나비의 멤버들이 꼽은 ‘MONKEY HOTEL’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성장이 담긴 앨범’이라는 점이다.
최정훈은 “그동안 우리가 음악적 성장을 이루면서 지냈다는 걸 보여주려는 앨범이다. 음악적 색깔을 탄탄하게 만들고 다양한 시도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또 ‘성장’이 어떤 것인지를 묻자 최정훈은 “성장은 들어보면 알지 않을까? 성장이라는 건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거지만 변화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도형은 “여태까지 반응 중 (이번 앨범이)가장 좋았던 거 같다. 정말 열심히 만든 보람을 느낄 정도로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앨범 리뷰를 봐도 그냥 좋다가 아니라 어떤 면이 좋아졌다고 구체적인 글이 많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최정훈은 “앨범이 나오기 전 걱정을 많이 했다. 정말 공들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떻게 견디지 하는 말도 했었다. 그래서 솔직한 반응, 좋은 반응, 냉철한 피드백도 좋았다”라며 “리뷰를 보는데, ‘슈스케에서 봤을 때만해도 지망생수준이었는데, 어엿한 아티스트가 되었구나. 번데기에서 나비가 된 거 축하한다’라는 글이 있었다. 그게 정말 좋았다. 성장한 걸 보여주려고 만든 앨범인데, 우리가 멈춰있던 애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사람들의 반응에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도형은 “나는 (기타톤이)레드제플린 지미페이지 같다고 한 거 보고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경준은 “보컬이 열심히 멜로디를 부를 때 탄탄히 받쳐준다는 그런 의견도 있었고...다들 진지하게 들어줘서 좋았다”라며 “밴드가 진지해지는 게 좋은 거 같다. 우리끼리 있을 때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좋다. 그래도 음악이 무거워지는 건 아니니까. 예전에는 오글거렸던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고, 어떻게 풀어내야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잘 해낼)자신 있다”라고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또 최정훈은 “우리가 진지해진 거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태도가 진지해졌다는 것보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진 거 같다. 이 앨범 내기 전에도 진지하지 않은 건 아닌데, 우리가 지향한 모습이 겉으로 나온 앨범인 거 같다. 그래서 좋은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공도 많이 들이고 반응 또한 만족하고 있는 앨범인 만큼 잔나비는 ‘MONKEY HOTEL’로 오랜 기간 활동할 계획이다.
이미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고, 그린플러그드, 렛츠락, 난장페스티벌의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앨범은 정말 공들여서 만들어서 뽕을 뽑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인 잔나비 멤버들은 “이 앨범으로 많이 활동할 거 같으니, 한명이라도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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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