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 측이 김지운 감독, 송강호,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한 시네마톡 현장을 전격 공개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 CGV아트하우스와 함께한 이번 시네마톡은 이동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전작들뿐만 아니라 개봉 전 ‘밀정’을 먼저 관람한 관객들과 함께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프렌즈 기획전’ 시네마톡의 진행을 맡은 이동진 평론가는 “이 자리가 엄청난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여년간 두 분의 한국영화계에서의 활약은 협업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하신 분들이다”라며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또한 “20여 년간 한국영화를 생각했을 때, 그것을 응축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얼굴이 배우 송강호라는 생각이 든다”며 배우 송강호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김지운 감독의 경계선이 한국영화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하고 맹렬하게 장르를 탐색하셨다”며 다양한 장르로 한국 관객들을 놀라게 한 김지운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먼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에 대해 송강호는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를 바라보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시대의 아픔, 그 시대를 반추해서 현실을 보는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밀정’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회색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어떤 붉은색이나 검은색보다 더 짙은 느낌이 오는 영화이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서로의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답하며, 서로 다른 작품을 통해 상대를 발견하고 거기에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며, 20여 년 간의 협업과 우정이 시작된 계기를 전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코믹잔혹극 ‘조용한 가족’, 다시 봐도 재미있고 웃긴 ‘반칙왕’, 평생 잊지 못할 장면들로 이루어진 웨스턴 장르 ‘놈놈놈’까지 김지운 감독의 작품 속에서 늘 페이소스를 지닌 유쾌한 인물을 그려왔던 송강호는 ‘밀정’을 통해 미묘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선보인 것 같다고 평하며 두 사람이 함께한 네 가지 작품에 얽힌 질문들을 이어나갔다. 이에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솔직담백한 토크가 이어지며 시네마톡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어진 관객 질문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관객이 극중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역으로 일본어 연기에 임한 송강호의 일본어를 칭찬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영화를 접한 관객들이 벌써부터 ‘밀정’의 명장면으로 꼽는 기차 씬의 연출에 대한 질문에 김지운 감독은 “‘밀정’에서는 폭탄을 싣고 상해에서 경성으로 가는 운송수단이지만, 상징적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역사를 그린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의 역사성, 역사 위에 탄 ‘이정출’과 ‘김우진’의 대립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열차가 가진 상징성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어 ‘이정출’의 선택에 대한 질문에 “옛 동지이자 친구였지만, 전혀 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던 ‘김장옥’과 함께하는 첫 장면부터 이정출이 갖고 있는 내적 고뇌나 갈등이 설명된 것 같다. 극중 인물들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켜켜이 쌓여서 ‘이정출’이 삶의 방향성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해 ‘밀정’ 속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의 정체성과 경계선 위에 선 그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김지운 감독은 마지막 인사로 “이 자리가 마무리 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부족한 시간을 같이 공유하고 경청해주시고, 귀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며 ‘밀정’ 개봉 전에 마련된 특별한 관객과의 대화에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송강호 역시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준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현장은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재회, 송강호와 공유의 최초의 만남,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 남다른 개성으로 영화에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는 배우들의 앙상블로 주목 받고 있는 ‘밀정’은 오는 9월 7일, 관객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과 가슴 뜨거운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