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2016 KBO리그, 왜 뛰는 야구가 밀려났나?

입력 2016-09-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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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의 싸움’ 도루는 정적인 스포츠 야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순간이다. 그러나 장타력의 시대에서 공격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결국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KBO리그에 ‘뛰는 야구’가 밀려나고 있다. ‘치는 야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지난해 KBO리그 720경기에서 나온 도루는 1202개, 경기당 1.67개의 도루가 나왔다. 올해는 7일까지 615경기에서 937개, 경기당 평균 1.52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9월7일 공교롭게 615경기로 경기수가 같았는데 1043개의 도루가 나왔고, 1.70개였다.

동일 경기 수 대비 106개의 도루가 감소했다. 분명 적은 수치는 아니다. 매년 시즌을 앞두고 ‘뛰는 야구’를 선언한 팀들이 나오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뛰는 야구가 밀려나는 모양새다.

2004시즌 처음 두산 사령탑에 오른 김경문 현 NC 감독은 이후 KBO리그에 ‘뛰는 야구’를 처음 도입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도루나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 등을 강조하며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당시 두산은 ‘육상부’로 불리며 김 감독 부임 첫 해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05년과 2007년, 2008년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두며 ‘강팀’으로 군림했다.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타고투저 속 ‘뛰는 야구’ 대신 ‘치는 야구’

‘뛰는 야구’의 선구자와도 같은 김 감독에게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사실 그는 NC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해왔고, 지난해 NC는 204도루로 팀 도루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7일까지 단 75개로 9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는 NC가 뛰는 야구를 할 필요성이 떨어진 게 가장 크다. 박석민의 영입으로 중심타선의 힘이 더욱 커졌고, 굳이 도루를 하기 보다는 쳐서 ‘빅이닝’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어느 팀이든 몇 년을 해오면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넥센 같은 팀은 거포들이 다 빠져나가 이제 뛰어야 점수를 낼 루트가 많아지기에 뛸 수밖에 없다”고 넥센의 예도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팀 도루 8위(100개)에 그친 넥센은 박병호 유한준 등 홈런을 칠 타자들이 연달아 빠져나간데다 고척스카이돔이라는 새 구장에 맞춰 성향을 바꿨다. 올해는 135개로 팀 도루 1위다. 물론 넥센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최근 극심해지는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NC처럼 점수를 내는 야구를 선택한 팀이 많아진 게 변화의 주된 이유다.

NC 이종욱. 스포츠동아DB



● 144G 장기 레이스, 선수의 가치 존중

김경문 감독은 다른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이제 감독은 선수가 완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도루는 야구에서 부상 위험이 높은 공격 행위다. 김 감독은 “슬라이딩으로 인한 도루나 호수비 등은 팬들에게 정말 크게 어필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선수에겐 데미지가 크게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루를 많이 하는 선수들은 온몸에 안 아픈 곳이 없다. 잔부상을 달고 산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매일 같이 그라운드 흙바닥에 ‘철퍼덕’ 엎어지면 속이 성할 리 없다. 벨트를 차고 하는 몇 안 되는 운동인 야구에서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NC 이종욱은 두산 시절 탈장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2루로 뛰고, 3루로 또 뛰고. 그렇게 도루를 몇 개씩 한 선수들은 이튿날 배트스피드가 확연히 떨어진다. 지금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각 팀에 소속돼 있지만 ‘개인사업자’와도 같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커지면서 선수들은 각자의 몸을 더욱 소중히 여긴다.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가 줄어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의 가치를 깎아먹을 위험이 있는 무리한 도루 대신 코칭스태프의 관리와 배려가 보편화된 셈이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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