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허프.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허프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선발로 등판해 7이닝 5안타 3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와일드카드 1차전(7이닝 4안타 7삼진 4실점(2자책점))에서 호투하고도 4회 오지환의 치명적 실책으로 인해 패전을 떠안았지만, 이날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아 기분 좋은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뒀다.
허프는 4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5회 1사 후 이택근에게 장타를 허용하면서 1실점했지만 이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7회가 백미였다. 그는 선두타자 윤석민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이택근을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다음 타자는 이전 타석에서 적시타를 내줬던 김지수.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는지 연속 3볼을 내주며 불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허프는 괜히 명품투수가 아니었다. 3볼 이후 연속 스트라이크를 넣더니 마지막 회심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장면이었다.
허프는 스캇 코프랜드의 대체용병으로 한국무대를 밟았다. 이후 13경기에서 7승2패, 방어율 3.13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LG가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허프의 장점은 좌완임에도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라는 점이다. 여기에 정교한 제구력까지 갖춰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투수다. 이날도 최고 구속 151㎞의 빠른 공(63개)과 체인지업(28개) 2가지 구종만으로 넥센 강타선을 막아냈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허프가 팬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 있다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이뿐만 아니다. 허프는 훌륭한 인성도 지니고 있다. 팀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경기 도중 수비수가 실책을 해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투수임에도 한국야구를 배우겠다는 좋은 자세도 갖추고 있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평소 “허프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보기 드문 투수”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프의 인성은 ‘가을야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포수 유강남과 호흡이 잘 맞았다.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채은성 등 수비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공을 돌리기 바빴다. 유강남을 향한 남다른 믿음도 보였다. 그는 “(유강남에게) 별다른 주문사항은 없다.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평소처럼 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서로를 편안하게 느낀다. 믿음이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모든 동료들이 그렇겠지만 이겨서 정말 기쁘다”며 행복해하고는 “아무래도 포스트시즌과 정규시즌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컨디션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하다 보니 몸이 조금 힘들지만 앞으로도 잘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