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은경 “연기에 집착하던 나, 만복이에게 위로 받았죠”

입력 2016-10-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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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여배우 심은경은 또래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록을 쌓았지만 “뒤지기 싫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걷기왕’은 조금 다르다.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제 마음을 위로하며, 보는 자체로 힐링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영화 ‘걷기왕’ 개봉 앞둔 심 은 경

여고생 만복이 연기하며 힐링
무탈하게 많은 작품하는게 꿈
매력 있다면 단역도 상관없어


아무리 화려한 성공 스토리를 써가는 스타라고 해도 자신의 일과 위치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일찌감치 영화 주연으로 자리 잡아 ‘써니’부터 ‘수상한 그녀’까지 잇따라 성공했고, 단역으로 참여한 ‘부산행’까지도 흥행한 ‘운 좋은 배우’ 심은경(22)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록을 여럿 보유했지만 상황을 즐기기보다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했다. 20 대 초반 연기자의 자기반성으로는 냉정하게 들렸다.

심은경은 “경력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뒤지기 싫어 작품을 쉬지 않고 했다”고 돌이켰다. “연기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더 열중했다”고도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연기가 전부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잘 해야 한다는 데 너무 집착하고 있던 탓”이다.

다만 고민이 깊어질 때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내달리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최근 1년간 촬영한 영화가 무려 5편. 그 가운데 ‘궁합’, ‘조작된 도시’, ‘특별시민’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짧게 참여한 ‘부산행’은 1000만 관객을 넘었다. 나머지 한 편이 20일 개봉하는 ‘걷기왕’(감독 백승화·제작 인디스토리)이다. “내 마음을 위로한 영화”라고 심은경은 말했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는 그는 “‘써니’가 우리 엄마의 공감이라면 ‘걷기왕’은 나의 공감”이라며 “그 자체로 내겐 힐링”이라고 했다.

배우 심은경.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걷기왕’은 굳이 따지면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에 가깝다. 적은 제작비 때문만이 아니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감독의 의도와 감각적인 연출, 그 안에서 모험을 마다지 않는 심은경의 활약에서 그렇다.

심은경은 극중 선천적 멀미증후군을 가진 여고생 만복이다. 승용차, 버스, 자전거는 물론이고 ‘소’의 등에 올라타고서도 멀미에 시달리는 비운의 소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이동수단도 이용할 수 없는 탓에 오직 두 발로 걸을 수밖에 없는 그는 운명적으로 경보를 접한다. 영화는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웃음을 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심은경은 만복에서 “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실제로도 느릿한 말투, 의도하지 않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행동은 심은경과 만복을 더욱 비슷하게 보이게 한다. 그는 ‘걷기왕’을 통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8월 말 심은경은 최민식과 함께 한 ‘특별시민’ 촬영을 끝내고 20일 동안 일본 도쿄를 혼자 여행했다. 고등학교 때 거주한 미국 뉴욕에서도 혼자 지내며 “많이 걸었다”고 했다. 영화 속 만복처럼 실제로 ‘걷는’ 실력이 상당하다.

당분간 ‘걷기왕’으로 불려야 하는 심은경이 진짜 바라는 ‘왕좌’는 어떤 이름일까. 그는 “무탈왕”이라고 답했다. “잔잔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 큰 일 없이 잔잔하고 무탈하게. 하하!”

‘무탈왕’을 꿈꾸는 22살의 배우는 다부졌다. 자신의 연기가 일부에선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래서 내 선택은 다작”이라고 답했다.

“물론 연기를 파악하는 과정일 뿐이다. 주연, 조연 심지어 단역도 매력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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