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전남 신안 장도 ‘초등학생은 단 1명’

입력 2016-10-16 2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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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다큐멘터리 3일’에 등장한 전남 신안 장도의 생활에 관심이 쏠렸다.

KBS2 ‘다큐멘터리 3일’ 16일 방송에서는 ‘바람과 함께 살아가다-전남 신안 장도 72시간’ 편이 그려졌다.

목포에서 2시간, 흑산도 예리항에서 배를 갈아타고 20분을 더 달려야 하는 섬, 장도는 그 흔한 가게도 없고 식당도 없는 외딴 섬으로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바다의 오지다. 섬이 작다보니 농사 지을 땅도 없다. 쌀이나 배추를 사려면 배 타고 흑산도나 목포까지 나가야 한다.

이 섬에 사는 38가구, 70여 명의 주민들에겐 고기잡이나 가두리 양식이 삶의 전부다. 그렇다고 바다 농사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외해 중 외해에 있다 보니 일년 내내 바람이 끊이지 않는 섬이다.

고기 한 마리를 건지려 해도 종잡을 수 없는 날씨와 씨름을 해야 하고 태풍 한 번 몰아치면 땀 흘려 키운 양식장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장도 주민들은 ‘뭍이나 섬이나 사람 사는 덴 마찬가지. 내 고향 장도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도가 장도(長島)라 이름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섬은 작지만 동서의 길이가 칼처럼 길어 길 장(長)을 써서 ‘장도’라 불리게 된 것. 그러다보니 이 섬엔 다양한 지형과 식생이 발달해 있다.

특히 면적만도 9만여 m2에 이르는 섬 정상부의 산지 습지는 400여 종의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 도서 지역에서 발견된 습지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에 이어 2005년 국내 3번째로 지정된 람사르 습지다. 습지는 깊이 들어갈수록 발이 푹푹 빠지는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 땅 밑 수십 cm까지 물을 머금고 있어서다.

이 물은 썩지 않고 흘러 저수지를 이루는데 이는 습지의 흙이 이탄층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탄층이란 썩지 않은 식물의 유해가 진흙과 함께 습지에 퇴적한 지층.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나 장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생명수와도 같은 습지를 보존하고자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습지의 보존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장도 섬 옆에는 ‘소장도’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언뜻 소장도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독립적인 섬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루 두 번, 간조 때가 되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걸어서 소장도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비바람이 불어 바다로 나갈 수 없는 날, 섬 마을 어머님들은 뭍이 드러난 소장도 길에서 고둥이나 따개비를 따며 소일거리를 한다.

해마다 9월이면 장도 주민들은 장도 어장의 최대 어종인 멸치잡이에 나선다.이들의 어업방식은 낭장망. 멸치의 길목인 물살 센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두었다가 물살이 약할 때 그물을 건지는 어획방식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들을 뭍으로 유학 보낸 이연복 씨와 이명은 씨 부부에겐 이맘 때 잡아들이는 멸치가 자식들을 먹이고 공부시킬 수 있는 생계의 버팀목이다. 그러나 올여름 유독 더웠던 이상기온 때문일까. 기를 쓰고 그물을 걷어 올려도 멸치는 좀처럼 나지 않는다. 게다가 세찬 비바람과 물살에 그물은 꼬이기만 하고 간신히 잡아 올린 멸치는 예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수확량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있을까. 바다가 내어주는 품이 이만큼밖에 안 되는 것을 부부는 욕심을 내려놓고 다시 내일의 바람을 기다린다.

섬 마을 중턱엔 1955년 개교한 61년 역사의 작은 초등학교가 있다. 바로 흑산 초등학교 장도 분교장이다. 한때 전교생만 60여 명을 헤아렸던 이 학교의 학생은 지금은 단 한 명 뿐이다.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 승우. 교사도 한 명이다. 3년 전 이 섬으로 발령을 받은 문영민 선생님이다. 학생과 선생님 1대1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분교의 수업 풍경은 더없이 고즈넉하지만 그럼에도 승우는 활기를 잃지 않는다. 때로는 선생님을, 때로는 4살배기 남동생 승재를 동무 삼아 씩씩하게 학교를 다니는 승우. 선생님은 이 아이들이 장도의 희망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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