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김태형, 두산의 시대를 열다

입력 2016-1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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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감독상을 수상한 두산 김태형 감독(앞줄 왼쪽)이 구본능 KBO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카리스마 리더십이 저무는 시대다. 야구인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카리스마나 감(感)은 통계, 전력분석의 물결에 밀려 영역을 빼앗기는 추세다. 갈수록 IT기기와 수학적 통찰로 무장한 프런트가 야구인들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현장과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은 이런 KBO리그의 트렌드를 뒤집고 있다. 성적이 뒷받침될수록 두산 야구의 수장 김태형 감독의 권력은 러시아의 절대군주 ‘차르’처럼 강화되고 있다. 이미 3년 연장계약이 확정된 상황에서 KS 우승 뒤 구체적 금액이 발표된다. 코치진 조각권도 부여될 것이다. KS 2연패의 왕관을 쓴 채, 집권 2기를 맞이할 ‘차르’ 김태형은 두산의 시대를 열 것인가.

2일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8-1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산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팀에는 감독의 색깔이 들어가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되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어야 하고, 아무도 믿지 않되 누구나 믿는 척하는 자리가 감독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언동에서 묻어나는 디테일한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의 개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 활기차게 자기 플레이를 못하는 선수를 김 감독은 가장 싫어한다. 김 감독에게는 결과보다 자세가 더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탁월한 두산에서 얼핏 감독이 할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불과 2년 전, ‘막대기를 꽂아놔도 KS는 간다’는 소리를 듣던 두산은 전임 감독 체제에서 6등을 했다. 김태형이라는 리더가 팀에 들어온 뒤에야 두산의 공기가 바뀐 것이다. 팀의 저력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 김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간결하다. ‘팀원들은 감독의 색깔을 공유해야 한다.’ 김 감독이 장악한 틀 안에서 두산 선수들은 자유로울 수 있다.

2년간 지켜본 리더로서 김태형의 덕목은 인정(人情)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냉정하게 비쳐지겠지만 공평하다면 조직원들은 수긍한다. 팀의 결속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승리다. 승리를 위해 김 감독은 체질적으로 위험을 무릅쓸 줄 안다. 소위 기(氣)싸움을 김 감독은 중시한다. ‘지금 이 곳에서’ 모든 것을 거는 과감한 결단력은 고비 때마다 두산을 구했고, 1982년 창단 이래 최강의 팀을 빚어냈다.

두산이 NC를 꺾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2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규’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8대 1로 완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2연패의 업적을 이뤘다. 경기종료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의 헹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스포츠코리아



● 우승 그 이상의 메시지를 김태형은 줄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은사인 김인식, 김경문 감독을 통해서 ‘감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영향을 받았다. 2011시즌 후 두산 사령탑 물망에 올랐지만 탈락한 뒤 3년 간 SK 코치로서 일했다. 이때 바깥에서 본 시선을 통해 ‘리더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도 배웠을 것이다.

김 감독은 ‘두산맨’이라는 로열티가 강하다. 취임하자마자 2015년 기적의 우승, 2016년 역대 최강팀의 위용을 보여줬다. 그러나 역사는 김 감독 이상의 성취를 해내고도 초라하게 사라진 감독들을 보여준다. 김 감독이 ‘최근 2년의 독주를 통해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두산 안팎에서 나온다. ‘두산 왕조’의 서막이 열린 이 시점에 김 감독 앞에 놓인 과제는 우승의 연속만이 아니다. 어떻게 KBO의 두산 지배에 대한 반감을 지울 수 있느냐다. 이제 존중받는 1등이 두산의 새 항로다.

마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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