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리뷰] 마릴린 맨슨,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악마의 매력

입력 2016-11-06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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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릴린 맨슨,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악마의 매력

마릴린 맨슨의 8년만의 내한 공연이 확정되자 이번에도 역시나 몇몇 기독교 단체는 그의 공연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물론 이와 관계없이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이제 이런 반대 성명마저도 마릴린 맨슨의 공연의 일부가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한 수순’이 되고 있으며, 이는 또 마릴린 맨슨이라는 인물과 밴드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2016년 11월 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는 마릴린 맨슨의 8년만의 내한공연이 개최됐다.

마릴린 맨슨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엽기적이고 기괴한 퍼포먼스와 반사회적이고 악마주의적인 음악들이다.

기독교 단체가 매번 내한 공연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주요 이유 역시 마릴린 맨슨의 이런 행위가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자 종교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이런 이념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한명의 음악가이자, 하나의 밴드로서 마릴린 맨슨을 보면 확실히 멋지고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8년만의 내한임에도 예스24라이브홀을 가득 채운 1,700여 명의 사람들이 입증해준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일단 마릴린 맨슨의 공연은 강렬하다. 꼭 쇼킹한 퍼포먼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샤우팅과 거친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 등 음악 그 자체의 분위기가 일차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 여기에 전매특허인 기괴하고 엽기적인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마릴린 맨슨이라는 밴드의 이미지가 완성되지만, 이날 공연의 퍼포먼스는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듯하다.

마릴린 맨슨도 이제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로, 과거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퍼포먼스는 이제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 와중에 전매특허인 목발 퍼포먼스나 무대 틈틈이 발산되는 히스테릭한 반응 등은 그래도 마릴린 맨슨은 마릴린 맨슨이라는 걸 가끔 느끼게 해 주었지만, 살찐 몸매가 더 엽기적이고 극단적으로 짧은 공연 런닝타임이 더 악마적으로 느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마릴린 맨슨 특유의 분위기와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지켜볼 매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날 무대는 어쩌면 마릴린 맨슨이 완전히 노쇠화를 맞이하기 전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 수도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마릴린 맨슨의 다음 내한이 언제가 될지, 또 그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악마적인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렇게 볼 때 이날 마릴린 맨슨의 유혹에 넘어가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선택은 (몇몇 종교계에서는 반대성명을 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하 셋리스트

Angel With the Scabbed Wings
Disposable Teens
No Reflection
mOBSCENE
Cupid Carries a Gun
Irresponsible Hate Anthem
Deep Six
The Dope Show
Tourniquet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Cruci-Fiction in Space
Coma White
The Beautiful People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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