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하석진 “나영석 PD에게 러브콜? T.O 있다면 할 의향”

입력 2016-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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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섹남 #엄친아 #실장_전문_배우. 하석진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대표 수식어들이다. 멀끔한 외모와 더불어 실제 고교시절 반 1등을 유지한 ‘엄친아’라는 사실과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사 등 남다른 스펙 덕분이다.

수재 이미지는 하석진에게 주어지는 역할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 이상 활동해왔지만 작품과 인물의 직업만 달라질 뿐 하석진의 ‘고퀄리티’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호텔 대표이사(1%의 어떤 것) 아나운서(스탠바이) 패션 회사 본부장(아이언레이디) 일반외과 부교수(디데이) 호텔 전략기획 본부장(상어) 월가 출신 천재 펀드 매니저(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등 전문적이고 화려한 직업의 연속이었다.

하석진 본인도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어필되는지, 어떤 작품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택받는’ 배우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그는 항상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선택해왔다. 대신 그 안에서 대중이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의 ‘변주’를 시도했다. 진중하고 복합적인 인물을 표현하다가도 다수의 시트콤에서 허당기 있는 인물을 선보였다. 나아가 예능에도 도전, ‘나 혼자 산다’에서는 수더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자신의 강점을 십분 살린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를 통해 기존의 매력을 배가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완전히 쓰레기가 됐다. 이름 하여 고퀄리티 쓰레기, 줄여서 ‘고쓰’.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하석진이 연기한 진정석의 극 중 별명이다. 학벌 외모 강의 실력 모두 ‘고퀄리티’지만 인성은 쓰레기인 인물이라 붙여진 것. 기존 ‘엄친아’에 쓰레기를 더한 조합이라니. 낯설면서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고쓰’ 진정석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 많았어요.

A. 저야 감사하죠. 그만큼 재밌게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요. 앞으로 맡은 캐릭터들이 모두 제 ‘인생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Q. ‘뇌섹남’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는 어떨까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A. 폐쇄적인 인간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도전해볼 만한 기회를 찾고 있어요. 하지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어필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요. 막연하게는 장르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Q. 필모를 보면 ‘엄친아+α’의 느낌이 강했어요. 장르적으로도 정극과 시트콤을 여러번 오갔죠.

A. 다양하게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왔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도 제가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요. ‘혼술남녀’도 어느 정도 시트콤의 성향을 가지고 있잖아요. 시트콤에 대한 욕구는 채웠죠.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잘 할 수 없는 것을 고를 때는 용기가 필요하죠.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사실 그런 기회가 잘 오지도 않아요. 영화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드라마는 비슷비슷하잖아요. 몇 년 사이에 장르물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 장르의 폭이 제한되는 것 같아요.


Q. 드라맥스 드라마 ‘1%의 어떤 것’도 이야기 해볼까 해요. 2003년 강동원-김정화 주연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죠. 전작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A. 전작을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2003년 방송 당시 제가 그 드라마를 봤다면 ‘강동원 씨가 한 역할을 내가 어떻게 해’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처럼 TV 드라마가 이슈가 되는 시절에 한 작품이 아니어서인지 원작 드라마가 마치 고전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2016년판 ‘1%의 어떤 것’은 지금 시대에 맞게 해석한 작품이고요. 전작은 1~2회 정도만 찾아봤는데 워낙 옛날 작품이라 찾기 힘들더라고요.


Q. ‘1%의 어떤 것’이 사전제작이다보니 ‘혼술남녀’의 방송 시기가 겹쳤어요. 일부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몰입도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어요.

A. ‘1%의 어떤 것’의 출연을 결정할 때 편성이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1%의 어떤 것’ 이후에 ‘혼술남녀’를 했는데 두 작품이 겹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제 입장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조금 아쉽긴 해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좋은 것 같지 않아요. 한 캐릭터를 집중해서 지켜보고 싶은데 요일별로 분산되니까요.

Q. 올해 정말 ‘열일’한 것 같아요. ‘1%의 어떤 것’ 외에 드라마 ‘아이언레이디’ ‘혼술남녀’에 현재 출연 중인 ‘뇌섹시대-문제적 남자’까지 세 작품이 tvN 작품이에요. tvN 준공무원 수준 아닌가요.

A. tvN 채널에서 연속적으로 했지만 의도적으로 출연한 건 아니에요. 때가 그렇게 몰린 것 같아요. 제 바람은 모든 채널의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Q. 나영석 PD에게 러브콜 보낼 의향은 없나요.

A. 음…. T.O가 있다면? 하하. ‘삼시세끼’ 보니까 출연자분들이 다들 잘 하더라고요. 저는 잘난 척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여행과 요리를 좋아하지만 잘하진 못하거든요.

요리는 촬영 없는 날에 ‘집밥 백선생’ 보면서 따라해보기도 해요. 혼자하는 여행도 좋아하고요. 일본 라멘을 좋아해서 2박3일동안 라멘만 먹은 적도 있어요. 무엇이든 적당히 좋아했다가 적당히 시들해지는 편이죠.


Q. 그럼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요 몇 달 동안은 작품하느라 관심사를 가질 수 없었어요. 게임기를 사서 집에서 게임을 할지 아니면 무엇을 배울지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계획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외국어도 배우고 싶고 악기도 배우고 싶고 또 노래도 잘 하고 싶은데…. 뭘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한달 정도 쉬려고요.


Q. 차기작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A. 우선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에 선택해야할 것 같아요. 몸이 너무 약해졌어요. 원래 2~3년에 한 번 정도로 몸살을 앓는데 올해 10월에만 두 번 몸살이 왔어요. 겨울까지는 조금 쉴 것 같아요. 여름에 땀을 무지하게 많이 흘리면서 촬영했는데 겨울에도 벌벌 떨면서 찍으면 조금 억울할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마루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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