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원하는 자, FA보단 특급외인 잡아라?

입력 2016-11-07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니퍼트-KIA 헥터-LG 허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두산 니퍼트-KIA 헥터-LG 허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올해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정반대인 ‘투고타저’로 점철됐다. 그 중심에는 특급 외국인투수들의 존재가 있었다. KIA 헥터 노에시, LG 데이비드 허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부터 빛나는 투수전으로 포스트시즌의 문을 열었다.

이후 넥센 앤디 밴헤켄, NC 에릭 해커와 재크 스튜어트 등 각 팀의 외인 에이스들의 역투가 포스트시즌을 장식했다. 화룡점정은 두산이었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라는 역대 최강의 원투펀치를 기반으로 한국시리즈 4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외인 농사’는 한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국내 투수들의 더딘 성장, 그리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선발수업을 시키기보다 쓸만한 신인투수들을 불펜에서 쓰는 현실이 겹치면서 외국인투수들의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두산의 외인 듀오는 이러한 가치의 정점을 보여줬다. 두산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를 평소보다 빨리 교체하고, 불펜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던 기존 단기전 전략에서 탈피해 성공을 거뒀다. 오히려 장점인 선발투수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는 전략으로 임했고, 상대를 압도하며 왕좌에 올랐다.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 4’ 선발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 정민철 MBC스포츠+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니퍼트와 보우덴의 호투는 단순히 둘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두산이 우승할 수 있었던 최고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각각 22승과 18승을 올리며 역대 외국인듀오 최다인 40승을 합작했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동반 15승을 올렸다. 만약 두산에 니퍼트와 보우덴이 없었거나 부진했다면, 둘에겐 보다 큰 중압감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팀들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참전하는 대신 ‘특급 외인 영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FA만큼 확실한 전력보강도 없지만, 대어급 선수들의 몸값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갔다. 또한 영입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 FA 시장이 4년 계약으로 일원화된 것도 문제다.

리스크가 큰 장기투자보다는 위험성이 낮은 단기투자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최고액인 170만달러를 받은 KIA 헥터나 7월 대체선수로 55만달러에 영입된 LG 허프가 이를 입증했고, 다수의 구단이 같은 비용이라면 FA보다 외국인투수 영입이 낫다고 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