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데뷔 17년차 배우 이정진은 듣고 싶은 수식어로 “아직도 연기하고 있는 이정진”을 말했다. 그렇다. 그는 여전히 연기하고 있다. 인기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흥망성쇠가 시시각각 보이는 연예계에서 그는 17년 동안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다.
“달렸으면 하는 수식어? ‘아직까지 (연기를) 그만 두지 않고 잘 하는’이요. 웃으면서 말하고는 있지만 아마 모든 배우들의 가장 큰 고민일 거예요. 대중에게 잊혀진다는 거요.”
그는 의학 발달에 따른 기대수명 증가에 대한 내용까지 언급하며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나이 드는 게 경쟁력인 거 같다. 대신 잊혀지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각오했다. 그러면서도 연기적으로 트렌디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 같은 의지로 그는 지난 12일 종영된 tvN 드라마 ‘THE K2'(더케이투)에서 호평 받을 수 있었다.
“연기 영재는 없다고 봐요.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게 연기거든요. ‘더케이투’에서의 제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시간이 흐르면 ‘더케이투’에서 제가 했던 연기도 구식이 될 수도 있어요. 뒤쳐지지 않게 잘 파악해야하죠. 지금도 연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제 3자가 봐주는 연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촬영 현장에 가는 자세는 17년차 배우 이정진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더케이투’에서 열연한 최성원이 범상치 않은 악인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곽정환 감독과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 형태로 ‘더케이투’에 합류했다.
“이제는 특별 출연이 아니죠. (웃음) 처음에는 드라마 제목이 ‘케이투’였어요. 무슨 산악 드라마인 줄? 에베레스트 가냐고 물었죠. (웃음) 저는 대본도 안 보고 오로지 감독님 때문에 출연했어요. ‘몇 회 나올지는 모르겠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출연료는 받습니다. (하하) 최성원 캐릭터를 전형적인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았어요. 궁금증을 유발하고 시청자가 ‘쟤 뭐지?’라고 생각하길 바랐죠. 일부러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던진다든지요. 왜 나쁜 놈들은 다 근엄하고 무겁게 그려져야 하죠?”
그는 ‘예전보다 연기할 때 힘을 많이 뺀 것 같다’는 평가에 “나이를 먹어서 힘이 많이 없다”고 맞받아치는 능청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었다. 연기, 역할에 대한 생각도 유연해졌다. 전작인 JTBC '욱씨남정기‘에도 특별 출연하면서 주인공만 해왔던 젊은(?) 시절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 그는 “다양하게 보여줄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은하’라는 영화도 상업 영화가 아니라 예술 영화에요. 다양성 문제 때문에 일반 극장에 걸리는 게 힘들겠죠.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좋겠어요. 제가 명예욕이 있었으면 벌써 뉴스에 나오지 않았겠어요? (웃음) 지금은 제 할 일이 바빠서 명예, 권력 이런 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많다. 취미인 골프부터 제2의 직업이 된 사진작가 그리고 1인 기획사 운영까지. 특히 포토그래퍼로선 부산에서 열린 국제포토페어에도 참가해 직접 찍은 사진을 판매한 프로다. 사진전만 세 번을 개최했기에 그는 “이제 더 이상 취미로 찍는 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이정진은 JYP엔터테인먼트와 이별한 후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연기자 혹은 인간 이정진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카페, 물티슈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해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종합적인 부분, 안정적인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라는 큰 조직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했었어요. 아무래도 혼자 나오게 되니 더 큰 책임감을 느끼죠. 일이 생기면 해결을 직접 해야 하고... 그렇다보니 시야가 넓어져야할 거 같아요. 기성 배우, 신인 배우와 함께 일하고 싶어도 일단 제가 뭔가를 이뤄놔야 그들에게 떳떳할 수 있잖아요.”
일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일까. 이정진은 집에서 장남이고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지만 “연애 사업을 해야 하는데 연예사업을 하고 있다”며 솔로임을 고백했다.
“2017년 1월 1일! 스캔들의 주인공, 저는 아닙니다. 정말 아무도 없어요 저는. (웃음) 제가 기사를 보고 있겠죠. ‘얘랑 얘랑 사귀는 구나~’”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