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를 연기했던 박보검(맨 왼쪽)과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왼쪽에서 두 번째)의 특별한 만남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황실문화재단
제작진 양해 구하고 드라마 격려·기념촬영
조선의 왕세자와 마지막 황손의 만남이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조선 23대 왕 순조의 아들 이영(효명세자)을 연기했던 박보검과 고종황제의 손자인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손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속 세자와 실제 황손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에 팬들은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황실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과 이석 총재가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은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묘사인 경기전에서 촬영할 당시 찍은 것으로,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황손이 200여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 속 인물과 한 공간에서 만난 셈이다.
효명세자와 이석 총재는 모두 영조의 후손이라는 점에 대해 사진을 본 팬들은 “혈통만 보면 이영이 이석 님에게 얼마나 할아버지 뻘일까” “집 앞에서 기념사진 찍은 것 같다”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으로 반응을 나타내며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효명세자 이영은 1809년에 태어났다. 이석 총재는 1940년생으로 고종황제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이다. 이석 총재는 슬하에 딸만 두고 있어 현재 마지막 황손으로 조선왕조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석 총재는 이에 대한 자부심에 평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계보에 따라 덕혜옹주가 고모여서, 영화 ‘덕혜옹주’ 개봉 당시에도 극장을 찾아 관람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 ‘마이 프린세스’(2011) ‘궁’(2006) 등의 작가들이 역사적 자문을 구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재단 측 관계자는 23일 “이석 황손은 드라마 촬영지가 경기전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직접 격려를 하고 싶다고 해 제작진에 양해를 구하고 방문했다”며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드라마 속과 박보검의 실제 모습이 굉장히 닮아 있어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