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챔피언 먹었어요” 10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전북현대 선수단이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전북은 이날 알 아인과의 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겨 홈 1차전 2-1 승리를 포함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K리그 징계때는 베테랑 중심으로 뭉쳐 위기 돌파
‘K리그의 자존심’ 전북현대가 통산 2번째로 아시아 정상에 등극했다.
전북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2차전 합계 스코어 3-2로 우승했다. 결승 2차전이 끝난 27일(한국시간) UAE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흩날린 꽃가루는 ‘녹색군단’을 위한 축복이었다. 19일 홈 1차전에서 2-1로 이긴 전북은 이날 원정 2차전에서 한교원(26)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둬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K리그 클럽의 이 대회 우승은 2012년 울산현대 이후 4년만이다. 또 아시아클럽선수권(챔피언스리그 전신)을 포함한 K리그 클럽의 통산 우승 횟수도 11회로 늘어났다. 포항 스틸러스가 3회(1997·1998·2009년), 전북과 성남FC가 2회(1995·2010년), 부산 아이파크(1985년)와 울산이 1회씩이다.
5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낸 전북은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우승상금(300만달러)을 합친 대회 보너스 354만달러(약 41억원)와 다음달 일본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얻었다. 클럽월드컵 일정상 전북은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이기면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만나고, 최소 6위를 자동 확정해 상금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를 추가로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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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한 운영관리
전북은 2011년을 역사상 가장 강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고유의 팀 컬러를 장착한 채 2009년에 이어 또 한 번 K리그를 평정했다. 당시와 올해 상황은 조금 다르다. 5년 전 전북은 안방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로 패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한 뒤 K리그를 제패했으나, 올 시즌에는 순서를 ‘K리그 준우승→아시아 챔피언’으로 바꿨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열망 속에 전북은 지난 겨울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바삐 움직였다. 로페즈(26·브라질), 고무열(26), 이종호(24), 임종은(26), 김보경(27), 김창수(31) 등 호화 멤버들을 흡수하더니 국내 최장신(197.5cm) 공격수 김신욱(28)마저 영입해 화룡점정을 했다. 의욕적으로 구축한 ‘K리그 방위대’의 효과는 분명했다. 초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걱정을 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을 찾았다. 4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빈즈엉(베트남)에 일격을 맞은 데 이어 7월 FA컵 8강에서 조기 탈락했으나, 큰 위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더블 스쿼드 구성이 가능한 모든 이들이 주전이었다.
물론 아예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내내 수비진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특히 시즌 막판 조성환(35)의 5경기 출전정지 징계, 김형일(32)의 발목 부상, 올림픽대표 최규백(22)의 컨디션 난조 등이 겹쳐 벤치를 답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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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한 위기관리
전북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개막 이후 줄곧 선두권을 지켰다. 정상궤도를 이탈한 적이 없었다. 정규 라운드 33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속 스카우트와 심판들의 금전거래가 확인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9월 말 전북의 승점 9점을 깎았다. 결국 전북은 스플릿 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제주 유나이티드에 패해 2위 FC서울에 승점 동률(60점)을 허용하더니 준우승으로 클래식을 마쳤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북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했다. ‘후유증’과 ‘상실감’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 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인데, 전북은 똘똘 뭉쳤다. 최고참 이동국(37)은 “우리는 K리그 최고 실력자다. 주위에서 계속 흔들어도 보란 듯 이겨내자”는 말로 후배들을 다독였다. 김신욱도 “전북에서 ‘네 탓’은 없다. 코칭스태프는 마음을 주고, 선수들은 자신의 실수를 돌아본다. 여기서 감히 안주할 선수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전북 최강희(57) 감독은 “우리는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려울지언정 결실을 맺는다는 묘한 자신감이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끈끈한 팀 문화다”며 활짝 웃었다. 강자다운 여유와 자신감으로 ‘원 팀’을 이룬 전북의 2016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