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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 속 허정은의 대사를 듣다보면 뜨끔하다. 순수한 10살 아이 유금비가 툭 내던지는 말이 허정은의 살아있는 연기와 어우러져 어른들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오 마이 금비’는 아동치매인 니만피크병을 소재로 결핍된 아이(유금비 역, 허정은)와 결핍된 어른들이 만나 서로를 채워주며 핏줄보다 진한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오 마이 금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조 감독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우리 드라마는 묵직하고 천천히 진행된다. 또 화려한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적인 공간이 전부”라며 “진실하게 접근하겠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오 마이 금비’는 동시간대 경쟁 작인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과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사이에서 최약체로 꼽혔다. 한류스타, 청춘스타, 판타지, 로맨스 등 화려한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두 드라마 틈에서 ‘오 마이 금비’는 아동 치매, 10살 여주인공 이라는 작지만 파격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미니시리즈 방송 시간대에 ‘오 마이 금비’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KBS의 과감한 선택은 통했고 ‘오 마이 금비’는 동시간대 2위를 차지하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해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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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영조 감독은 “진짜로 내가 감독을 맡았을 때는 ‘푸른바다’가 편성된지 몰랐다. 물론 경쟁 작을 파악했었더라도 나는 ‘오 마이 금비’를 연출했을 거다. 좋은 드라마니까”라며 “시청률이 지난주에 조금 내려가서 가슴 아팠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다잡고 원래 취지대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각오했다.
특히 드라마는 어린이의 한 마디가 어른들의 정곡을 찌르며 현실을 반성하게 만든다. ‘어른이면 다야? 어른이면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거야?’가 ‘오 마이 금비’가 던지는 핵심 물음인 셈이다. 결국 ‘오 마이 금비’는 금비의 성장은 물론 금비와 함께 철없는 어른들도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철부지 아빠 모휘철로 분한 오지호는 “금비가 하는 대사를 듣다보면 가끔 부끄러워진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부끄럽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으며 대사가 지닌 속뜻을 갈음했다.
이처럼 ‘오 마이 금비’는 순수해서 더 정확하게 세상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하지만 아동 치매로 기억이 한정돼 있는 10살 금비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드라마 ‘오 마이 금비’는 오는 30일 밤 10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