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경기 전부터 도로공사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표정도 밝지 않았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면서도 “이기면 해결될 문제다. 팀에 관심이 많은 팬들의 행동이니 선수들에게도 ‘지켜보는 팬들을 생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경기 내내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세트스코어 0-3(16-25 23-25 23-25)으로 완패하며 7연패(2승8패·승점 9)에 빠졌다. ‘왕따 논란’의 당사자인 외국인선수 케네디 브라이언과 이효희, 정대영, 배유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취재진 앞에 섰다. 큰 상처를 받은 선수들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주장 이효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26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에서 브라이언이 득점한 뒤 하이파이브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팬들의 도 넘은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는 “경기 외적인 말도 안 되는 일로 선수들이 너무나 힘들어한다”며 “모두 케니(브라이언의 애칭)와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코트에서 그런 모습이 안 좋게 비춰진 것 같다. 득점 후 가운데 모여서 하이파이브를 하기로 했는데, 선수들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브라이언도 “카메라 각도의 문제였다”며 “팬들이 오해할 만한 장면이 나온 뒤에 서로 격려하며 환호했다. 나는 여기서 뛰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대영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논란이 생겨 아쉽다”며 “나도 한 아이의 엄마고, 교인이다. 한 팬이 ‘교인인데 그러시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 나는 우리 아이에게도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몇 번씩 강조한다”고 했다. 팬들의 인신공격에 큰 상처를 받은 배유나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결국 이효희가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효희는 “나와 (정)대영이 모두 배구를 오래 해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며 “우리는 순수하게 배구가 좋아서 선수생활을 할 뿐이다. 후배들의 앞길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무작정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효희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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