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지훈. 스포츠동아DB
절실함 가진 선수가 기량 발전
조동현 감독 “절실함 믿는다. 기회 주고 싶다”고
지난 11월말에 있었던 일이다. kt는 부산 홈경기를 마친 뒤 북수원에 위치한 올레빅토리움(kt숙소)에 도착했다. 오후 7시 경기를 치르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수원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새벽 2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구단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선수들의 계속되는 부상과 팀 성적 부진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던 kt 조동현(40) 감독은 체육관 옆에 위치한 감독 사무실 책상에 앉아 다른 팀 경기 영상을 보고 있었다. 새벽2시반 경 체육관에서 농구공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조 감독은 “전부 방에 가서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는데, 공 튕기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누군가 싶어 복도 문틈으로 체육관을 봤다. (박)지훈이가 체육관 불 하나만 켜놓고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더라. 프로에 와서 본인이 부족함을 느낀 모양이었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박지훈을 보면서 모비스 코치 시절 있었던 한 일화를 떠올렸다. 그는 “모비스는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않는 어린 선수들은 새벽 운동을 한다. 한 번은 경기 일정이 빠듯하고 선수들도 지친 면이 있어서 유재학 감독님이 새벽 운동을 그만하라고 지시하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아침 6시50분 쯤 일어나 체육관에 갔다. 당연히 체육관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5분 정도 있었을까. 발목에 큰 보호대를 찬 이대성(상무)이가 절뚝이면서 체육관으로 오더라”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이대성은 심한 발목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조 감독은 “혼자 체육관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더니 30분간 드리블과 패스 연습을 하더라. (이)대성이는 상무에서도 여전히 열심히 운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짜 절실한 선수다. 우리나라에서 김선형(SK) 정도를 빼면 대성이만큼 돌파 잘하는 선수가 있나.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 코치가 시켜서 하는 운동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훈련하는 것이 진짜 훈련이다. 지훈이는 우리 팀에서 드리블이나 기술이 가장 좋은 편이다. 그런 기술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더라. 나는 그런 절실함을 믿는다. 열심히 하는 만큼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 지도자의 마음 아닐까?”라고 박지훈을 칭찬했다.
박지훈은 “대학무대에서 뛸 때보다 내가 많이 부족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농구를 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