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토종선발 구인난과 가치폭등, 이제 FA도 없다

입력 2016-12-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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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KIA 양현종-LG 차우찬(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LG 트윈스

SK 김광현-KIA 양현종-LG 차우찬(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LG 트윈스

이제 KBO리그는 본격적인 FA(프리에이전트) 100억원 시대를 맞이했다. 발표액 기준으로 100억원을 처음 받는 선수는 홈런타자인 최형우가 됐지만, 에이스급 투수들 중에서도 옵션을 포함해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는 투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그 이면엔 ‘토종선발 품귀현상’이 있다. FA 투수 최고액인 95억원을 받고 LG로 이적한 좌완 차우찬은 원래 이번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가 아니었다. SK 김광현의 팔꿈치 수술과 KIA 양현종의 1년 계약 등 변수가 있었지만, 예년에 비해 몸값이 폭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는 두산의 장원준 영입사례에 비춰 차우찬 영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구단주와 형제인 구본능 총재 부임 이후 FA 시장에서 지갑을 닫았던 LG의 기조에 변화를 불러온 배경엔 “앞으로 수년간 FA 시장에 선발투수가 없다”는 자체판단이 있었다.

토종 선발투수의 싹이 말라가고 있다는 건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총 17명이 규정이닝을 채웠는데, 이중 국내 투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각 구단들이 얼마나 토종선발을 키우지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부상 등의 변수도 있다고 하지만, 외국인투수 2명을 제외한 선발 3자리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두산 장원준-유희관-삼성 윤성환-넥센 신재영-LG 류제국(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두산 장원준-유희관-삼성 윤성환-넥센 신재영-LG 류제국(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또한 이마저도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두산(장원준 유희관)과 삼성(윤성환 차우찬)만이 2명의 규정이닝 토종선발을 배출했다. 이외엔 KIA(양현종), 넥센(신재영), LG(류제국)만이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선발투수를 보유했다. 이중 FA 차우찬은 LG 유니폼을 입었다. 나머지 5개 구단(NC, SK, 한화, 롯데, kt)은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투수가 아예 없다.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선발 7명도 이미 FA 계약을 했거나, 올해 자격을 행사한 투수들이 많다. 다소 늦게 출발한 유희관과 류제국을 비롯해 신인왕을 수상한 신재영 모두 FA 자격 취득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2~3년간 검증된 선발투수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구단별로 ‘육성’에 온 힘을 쏟아야한다는 말과 같다. 새 얼굴을 찾아 확실한 선발투수로 키워내야만 한다. 지금껏 토종선발 만들기에 실패했던 구단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BO리그는 선수층이 얇은데도 계속 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판은 커지는데 그만큼 속이 찼는지는 의문이다. 한동안 KBO리그를 주름잡았던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 에이스들이 나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젠 이들도 모두 해외에 진출하거나 국내에서 FA 권리를 행사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다음 세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KBO리그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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