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세븐틴을 보면 ‘K팝의 미래’가 보인다

입력 2016-12-30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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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사진=동아닷컴DB

세븐틴(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도겸, 민규, 디에잇, 승관, 버논, 디노, 우지)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그룹이다.

일단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많은 멤버수를 자랑하는 그룹이기도 하고, 스스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물론 안무까지 만들어내는 '진짜 자체제작 그룹'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 가요계에서 멤버수가 10인 이상인 그룹도 많고, 작사, 작곡을 직접 해내는 그룹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븐틴이 정말로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이런 특징 때문이 아니라, 이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사실 세븐틴의 등장 이전에 10인조 이상의 대규모 그룹은 쉽게 선택을 하기 힘든 카드였다. 슈퍼주니어나 엑소와 같은 성공사례가 있다곤 해고, 이들의 소속사가 SM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며,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고 해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 만큼 재능있는 인재들을 10명이상 끌어모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설령 인원을 모았다고 해도, '칼군무'로 대표되는 K팝의 특징과 웬만한 퍼포먼스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대중들의 높아진 눈높이는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 질수록 높은 난도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많은 인원이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하면, 자칫 인원수 자체가 관객의 무대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븐틴은 억지로 13명을 하나의 똑같은 틀에 맞추기보다, 각각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이를 각 상황에 조립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그룹 퍼포먼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실제 세븐틴의 무대를 지켜보면 단순히 13명의 멤버들 똑같은 동작의 군무를 추는 것을 넘어, 하나의 스토리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한다. 세븐틴의 무대가 "뮤지컬 같다"라는 평을 받으면서 많은 인원에도 보는 사람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곡 '붐붐' 퍼포먼스는 전작에 비해 스토리적인 요소가 다소 희미해졌다곤 하지만 무대 전체를 활용하면서 각 파트에 맞춰 유닛별로 자유자재로 뭉치고 흩어지는 동선은 여전히 이어져 이질감을 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븐틴 특유의 위트넘치고 청량한 에너지감은 세븐틴만의 스타일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있다.

세븐틴, 사진=동아닷컴DB


한 발 앞서 대규모 인원으로 성공을 거둔 엑소가 여러가지 보석을 모아 만든 하나의 공예품과 같은 이미지라면, 세븐틴은 자유자재로 변신과 합체가 가능한 변신 합체 로봇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짧은 기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며 차별화에 성공한 세븐틴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리고 세븐틴의 성공은 K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눈여겨 볼만하다.

앞서 말햇듯이, 10인조 대규모 그룹은 인원 수급과 퍼포먼스 구성의 높은 난도, 무대집중력의 유지 등과 같은 문제로 선뜻 선택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반대로 대규모 그룹은 위와 같은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장점도 많은 운영 방식이다. 일단 팬들 입장에선 보다 폭넓은 선택의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또 완성도와 무대 집중력이 뒤따라 준다면, 인원이 많은 쪽이 훨씬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유닛과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수월하다.

즉, 세븐틴의 성공은 대규모 그룹에게 필요한 건 10명, 혹은 그 이상의 클론이 아니라, 개성 강한 여러 멤버들을 잘 조합하느냐라는 것을 알려준 셈으로, 세븐틴은 대규모 그룹에게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가요계가 남녀그룹을 불문하고 점점 멤버수가 늘어나고 있는 게 트렌드라고 하지만 세븐틴이 데뷔를 하고 성공적인 행보를 걷자 데뷔를 선언하거나 준비중인 대규모 그룹이 급증한 점은 가볍게 보기 힘들다.

실제로 데뷔를 준비중인 다인원 그룹중에는 세븐틴의 퍼포먼스는 따라하거나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세븐틴이 K팝의 다음 스테이지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세븐틴의 소속사 플레디스의 한 관계자는 "세븐틴은 데뷔 전부터 오랜기간 멤버들끼리 많은 연습을 거듭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낸 경우다. 또 멤버 호시가 직접 안무를 짜는 것도, 맞춤형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라며 "앞으로도 세븐틴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에너지와 매력이 담긴 노래와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세븐틴, 사진=플레디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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