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인터뷰②] 손예진 “내가 찾는 재미는 신선함”

배우 손예진. 스포츠동아DB

[손예진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982년생 1월생, 음력으로는 닭띠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유년(丁酉年), 닭띠 스타를 만나고자 했던 건 아니다. 새해 포부를 묻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지난해 누구보다 성과가 많았던 소감을 듣기 위해서라면 이미 숱한 말들 속에 담겨 있을 터. 굳이 되풀이할 이유도 없었다. “12년 전, 닭띠 기대주”로 묶이기도 했다며 웃는 배우 손예진. 그에게서 ‘여(성)’배우로서 살아가는 일상과 살아갈 미래에 관해 듣고 싶었다. 여배우가 주도하는 무대가 그리 많지 않은 현실, 여전히 어엿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에게 세상은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엿보려 했다. 지난해 12월29일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말이 새해를 맞는 많은 이들에게도 또 다른, 작은 힘이 되리라 생각했다.

-여배우라는 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일부에선 여성혐오의 혐의가 짙은 단어라는데.

“예쁘다. ‘내가 페미니스트이고. 생각은 이렇다’ 이런 건 없다. 현장에서 남자들과 많이 부딪치게 되면서 문득 깨닫게 되는 상황도 없진 않다. 또 불평등함을 느끼거나 여자니까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점점 깨지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여배우’라는 말에는 여자배우에 대한 환상 같은 것도 담겨 있는 듯하다. 다만 여자들이 영화쪽에서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 여자배우들이 할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 그 현실적인 서운함이 있다.”


-그래도 2016년은 최근 몇 년 전과는 달랐다.

“솔직히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영화가)너무 안 되고, 안 나오는 상황에서 빛을 발한 건 아닐까. 절대적인 기준에선 아직 빈약하다. 남자배우들은 ‘어떻게 저런 조합이 가능해?’ 할 정도인데. 그래도 이제 여자배우들의 그런 조합도 조만간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여주인공의 시나리오는 다 받아보지 않나.

“다 받긴 뭘 다 받나. 그만큼 없단 얘기지. 하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가 조금씩 나오는 걸 보면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기도 한데. 조금 말랑말랑하고 규모가 작더라도 사람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좋겠다. 집에서도 마음이 차분해지거나 울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우주나 미래도시, 너무 우리와는 다른 이야기만 하려 하니까….”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인가보다.

“그런 걸 해 보고 싶다는 거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 홀리데이’, 좋지 않나? ‘싱글즈’도 있고. 요즘엔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다.”


-다큐?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데.

“그런가? 예전부터 좋아했다. 뭔가 다른 시각에서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 리얼함에 목말라 하는 것도 만들어진 것,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이 되는 것만 반복한 탓이다. 판타지에 대한 로망도 있지만 더 리얼한, 진짜 이야기에 더 목말라 하는 것 같다.”


-요즘 보고 있는 시나리오는 어떤 작품인가.

“많이 보지는 못했다. 드라마 대본은 꾸준히 보지만 혹하는 작품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시나리오는 일본영화 리메이크작을 재미있게 봤다. 물론 아직 하기로 한 건 아니다.”


-재미의 기준은 어떤가.

“신선함이다. 이제껏 봐왔던 것, 뭐랑 섞인 것 같은 것 말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대사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 정통적이라도 묵직하거나 느낌이 있거나, 뻔하지만 그것 자체에 미덕이 있거나 하는 것. 하지만 결국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니 특별한 기준은 없는 것 같다.”

[손예진 인터뷰③]에서 계속됩니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