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KBO리그를 수놓은 외국인투수

입력 2017-01-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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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니퍼트-밴 헤켄-랜들-옥스프링-나이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두산 베어스·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

리오스-니퍼트-밴 헤켄-랜들-옥스프링-나이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두산 베어스·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

20시즌째를 맞는 KBO 외국인선수 제도
이제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몸값 시대
ML올스타 출신 투수도 들어오는 KBO리그

1996년 홍재형 전 부총리가 KBO 제9대 총리로 취임한다. 당시 KBO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아마추어 최고 스타들은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며 해외로 연이어 진출했다. KBO리그 최고 스타들도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의 꿈을 대학생들이 실현시키자 해외무대 도전을 갈망했다. 이미 1995시즌 후 ‘국보투수’ 선동열이 해태에서 주니치로 임대 형식으로 이적하면서 KBO리그 선수의 해외진출의 문을 열었다.

홍 총재는 1996년 취임 당시 현실적인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마추어 유망주의 해외진출이라는 큰 위기 속에 리그 전력 평준화 및 새로운 볼거리를 도입해 중흥을 이끌겠다는 큰 그림이었다. 최초 계획은 트라이아웃을 통한 드래프트로 각 팀이 5명을 지명한 후 최대 3명과 계약, 2명을 출전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997년 11월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진행된 사상 첫 외국인선수 선발 드래프트는 팀당 2명 계약 2명 출전 규정으로 진행됐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했던 조 스트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했던 조 스트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아마추어 빅리그 유출로 시작된 외국인 선수 도입

KBO리그가 아직 미국 무대에 생소했던 그 시절, 총 55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구단 재정상태가 심각했던 쌍방울을 제외한 7개 구단이 2명씩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사상 첫 번째 외국인선수 계약 주인공은 현대가 선택한 투수 조 스트롱이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2만 달러, 연봉 8만 달러, 부대비용 2만 달러 등 총 12만 달러였다. 그러나 드래프트 직후 불어 닥친 IMF 한파로 7개 구단에서 총 10명의 외국인선수로 출발했다. 롯데는 야수 덕 브래디 1명만 계약했고, 해태는 당초 포기를 했다가 극심한 선수난에 시달리자 5월에 야수 숀헤어 1명을 영입했다. LG도 투수 마이클 앤더슨 1명으로 출발했다가 8월에 야수 주니어 펠릭스를 1명 추가로 보강했다.



● 초기에는 타자 각광, 이제는 투수가 가르는 시즌 성패

2016년까지 외국인선수들은 19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했다. 총 숫자는 312명. 이 중 투수는 절반을 훌쩍 넘는 196명이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거구의 타자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홈런 생산 능력에서 국내 타자들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는 투수 중심으로 바뀌어 갔다. 리그에서 외국인타자가 완전히 사라진 시즌도 있었다.

KBO리그의 구단 확장, 경기수 확대가 이어지면서 수준급 외국인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지만 2016년 9위로 추락한 삼성 류중일 전 감독은 “전체 1군 엔트리에서 외국인투수는 단 2명뿐이다. 그러나 그 2명이 함께 370이닝을 던지느냐, 아니면 200이닝도 책임지지 못하느냐에 따라 팀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니엘 리오스-더스틴 니퍼트-게리 레스(왼쪽부터).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다니엘 리오스-더스틴 니퍼트-게리 레스(왼쪽부터).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 리오스

성적만 놓고 보면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투수는 다니엘 리오스(45)다. 뉴욕 양키스 출신 리오스는 2002년 KIA에 입단했고 2005년 두산으로 이적했다. 2007년까지 6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총 90승59패·13세이브를 올렸다. 놀라운 것은 2004~2007년 4시즌 내리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점이다. 2007년에는 234.2이닝을 투구해 22승5패·방어율 2.07을 기록하며 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리오스가 갖고 있는 외국인 통산 최다승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리오스에 이은 역대 2위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35)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2016시즌까지 80승35패·방어율 3.38을 기록 중이다. 리오스의 압도적인 기록에는 한발 뒤처져 있지만 2017시즌을 건강히 치른다면 7시즌 만에 KBO리그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외국인 투수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스카우트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온 두산은 랜들(49승), 레스(43승), 키퍼(34승) 등 뛰어난 투수들을 배출했다.

KIA 시절 故 호세 리마. 스포츠동아DB

KIA 시절 故 호세 리마. 스포츠동아DB



● ML 커리어와 KBO리그 성적

10일 한화와 계약한 알렉시 오간도(34)는 역대 외국인투수 중 손꼽히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자랑한다. 2011년 29경기에 선발등판해 13승(8패)을 올리며 방어율 3.51을 기록했고, 그해 올스타에 선발됐다. ML 통산 283경기(선발 48경기)에서 33승18패·4세이브·방어율 3.47이다.

호세 리마는 외국인선수 중 메이저리그 통산,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빅리그 통산 89승(102패)승에, 1999년엔 휴스턴에서 무려 21승(10패)을 올린 올스타 출신 투수였다. 그러나 2008년 큰 기대 속에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3승(6패)에 그쳤다. 리마는 성적은 부진했지만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직후 양현종(29·KIA)이 애도의 뜻을 전하며 “야구선수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마가 다른 외국인선수들에게 KIA에서 받은 연봉을 부풀려 소문내는 바람에 스카우트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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