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출범 후 역대 최다인 7명의 단장이 교체됐다. 이중 5명이 선수출신으로 6개 팀이 선수출신 단장 체제에 돌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고형욱(넥센), 박종훈(한화), 송구홍(LG), 임종택(kt), 유영준(NC), 염경엽(SK), 홍준학(삼성) 단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kt wiz·NC 다이노스
● 시대의 흐름? 선수 출신 단장만 6명!
구단마다 선수 출신 단장 선임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성적 기준으로 2위인 NC뿐만 아니라 넥센 역시 스카우트팀장을 지낸 고형욱 단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고 단장은 쌍방울 투수 출신으로, NC 유 단장처럼 아마추어에서 오랫동안 지도자생활을 한 뒤 넥센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해왔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송구홍 단장을 선임했다. 송 단장은 코치를 거쳐 프런트로 변신해 운영팀장 등을 역임했다. LG가 선수 출신 단장을 선임한 것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한화는 2010~2011년 LG 감독을 지낸 박종훈 단장을, SK는 자진사퇴한 민경삼 단장 후임으로 지난해까지 넥센 사령탑을 맡은 염경엽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단장 교체의 열풍 속에 비선수 출신 단장 2명도 새롭게 가세했다. 삼성은 199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사해 프런트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홍준학 단장을, kt는 최근 프로농구단 kt 소닉붐 단장을 지내는 등 그룹 스포츠단에서 경험을 쌓은 임종택 단장을 발탁했다.
지난해엔 선수 출신 단장이 두산 김태룡 단장과 SK 민경삼 단장 등 2명에 불과했다. 선수 출신 단장(6명)이 비선수 출신(4명)보다 많아진 것 역시 사상 최초의 일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KIA 허영택 단장-롯데 이윤원 단장(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단장 대거 교체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제 단장 경험이 있는 인물은 3명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 두산 단장을 맡은 김태룡 단장이 좌장격이다. 경험만 놓고 보면 2013년 10월 부임해 3시즌을 보낸 KIA 허영택 단장이 ‘넘버2’이며, 2시즌을 경험한 롯데 이윤원 단장이 ‘넘버3’로 자리 잡았다. 나머지 7명은 모두 ‘초짜 단장’이다.
그러다보니 걱정도 나온다. 단장은 구단 살림과 운영뿐 아니라 KBO리그의 현안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을 이끄는 파워엘리트 집단이다. 10개 구단 단장들은 매달 KBO 실행위원회 회의를 한다. 여기서 안건이 만들어져야 이사회(10개 구단 사장단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초보 단장은 아무래도 한동안은 구단 운영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다. 선수 출신은 현장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역으로 현장 중심의 시각만 견지하다 보면 KBO리그 전체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는 시각이 좁을 수도 있다. FA 제도, 2차 드래프트 등 각종 제도와 규약 개선 등 KBO리그의 발전을 위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과거엔 노회한 단장들이 구단 이기주의와 이해타산에 젖어 야구발전 방안이 나오더라도 반대하는 사례도 많았지만, 이젠 진정한 프로야구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실질적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선수 출신들이 많아진 상황이기에 프로야구선수협회 등과 새로운 관계 정립도 가능할 수 있다.
거대한 단장 교체 흐름 속에 36년째를 맞는 KBO리그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KBO리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