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한한령 ‘내우외환’…가요계 빙하기 꽁꽁

입력 2017-02-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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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사태에 움츠러든 사회 분위기
한한령 때문에 중국 한류 행사도 사라져

행사 출연료가 주 수입원인 케이팝 가수들이 ‘내우외환’에 빠진 채 극심한 빙하기를 맞고 있다.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움츠러든 사회 분위기 속에 행사 무대가 크게 줄었고, 밖으로는 한류 최대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문을 잠그면서 관련 무대가 사라졌다. 가요계는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며 더욱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작년 가을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는 공연과 행사업계를 크게 위축시켰다. 국민적 충격과 각성은 콘서트나 축제 등 웃고 즐기는 자리를 자제하게 했다. 주말 촛불집회 시민이 늘어나면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부쩍 줄었다. 국민의 공분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연말에는 예고된 무대가 열렸지만 흑자 공연은 드물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들뜬 마음으로 기대 속에 맞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인기 힙합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7일 “평소 공연이 적자를 내더라도 손익분기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연말 공연은 수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며 “객석을 비운 채 공연을 할 수 없어 막판에는 이벤트로 관객을 대거 초대해 채웠다”고 털어놨다.

새해에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2월은 전국 대학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즌이라 행사가 많지만 움츠러든 분위기 속에서 예년만 못하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 행사는 아예 멈춰버렸다. 행사전문 에이전시 메르센 황규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자체나 관공서 행사는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기업체 행사도 연예인 초청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여서 기획사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걸그룹 EXID의 소속사 바나나컬쳐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행사 요청이 약 60%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발라드 여가수 소속사 대표도 “평소 같으면 적어도 한 달 10건의 행사가 있었지만 2월 들어서는 1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논란 속에 중국의 한류 금지령으로 현지 무대는 지난해부터 이미 사라졌다. 스타가 직접 출연하지 않더라도 한류 관련 행사라면 수천 관객이 모이곤 했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당분간 중국시장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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