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음원차트 개편안, 속 빈 강정…실시간 순위 경쟁 변함없어

입력 2017-02-21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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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져밤이, '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는 말은 남녀관계가 아닌 음원차트에서도 적용돼 왔다. 유독 팬덤이 강한 몇몇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가 새벽에 실시간차트를 점령하고 오전 출근시간이 되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문제는 새벽에 실시간차트에서 줄을 세우더라도 누적치를 따지는 일간 차트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들이 0시 음원 발매 방식에 대한 개편안을 내놨다. 음원차트 개편안은 27일 자정부터 적용되며, 0시 발매 음원은 당일 오후 1시에 순위가 반영되고 정오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된 음원에 한해 실시간 차트 순위가 반영될 예정이다. 유독 팬덤 경쟁이 치열한 새벽 시간대가 아닌 정오에 발매하도록 유도해 대중과 팬들의 반응을 모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음원 유통사들이 말하는 공정한 음원 차트를 위한 개편안에 정작 음원 생태계를 흐리는 본질인 실시간 차트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쏙 빠져있다. 스트리밍 이용권 등 음원 유통사들이 챙겨야할 수익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유통사들의 속내가 담긴 부분이다.

변죽만 울리는 개편안. 그러니 누가 손해를 감수하고 0시에 음원을 발표하려고 하겠나. 벌써부터 3월 컴백 가수들 중 일부는 오후 6시라는 낯선 시간대에 음원을 발표할 예정이고 어떤 수를 써서든 실시간 차트 1위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음원차트 개편안’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실시간 차트에 대한 근본적인 병폐는 외면한 채 음원 발매 시간만 조정해 장난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사들이 지적한 아이돌 팬덤의 무분별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는 개편 이후에도 계속 될 것이며, 실시간 차트가 존재하는 한 숨 쉬듯 스트리밍을 해야 한다는 팬덤들의 전략은 개편안에 맞춰 더욱 교묘해질 수밖에 없다.

낮져밤이 현상을 탓하기 전, 음원유통사들은 왜 실시간 차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연연하는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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