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9 WBC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2009년 3월26일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WBC 관련 사설을 실었다. 야구 관련 사설은 이례적인데 제목은 ‘아시아야구의 새로운 바람’이었다. 짐작했듯 한국야구에 관한 ‘찬사’가 들어있다.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목적의 타격연습 시간을 따로 할애한다. 힘에 의존해 타구를 멀리 보내는 것만 몰두하는 미국선수와 다른 신선함이다.”, “병살 플레이를 겨냥하는 수비 시프트가 놀랍다. 수비연습 그 자체가 예술적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해설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야구의 팀플레이에 경악했다. 당시 ‘한국의 모든 플레이 뒤에는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성공에서 정체했다. 4년 뒤, 2013년 1라운드 탈락했음에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다. 과거 세계가 그토록 찬탄했던 한국적 야구를 이제 이스라엘도, 네덜란드도 한다. 그 사이, 아무 것도 배우려 들지 않았던 한국의 패배는 어쩌면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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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의 탈락 직후 야구를 잘 모르는 지인은 야구기자가 직업인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지면 탈락인 네덜란드전에서 1점도 못 뽑고 끝났다는 것은 성의 문제 아닌가요?” 반박할 수 없는 이 한마디에 대표팀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국민정서’가 응축돼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도, 경기감각도, 해외파 차출도 일정부분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분석은 야구인과 전문가의 영역이다. 일반국민의 시점에서는 최선을 다한 패배로 납득이 가지 않기에 대표팀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 선수들이 받는 몸값을 생각하면, 도무지 ‘공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상위 1% 계층의 선수들에 의해 태극기의 자부심이 속절없이 무너진데 대해 허탈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누리는 데만 익숙했던 야구선수들에게 ‘부채(負債)’란 것이 생겼다. 이들이 이 빚을 어떻게 갚아나갈지 똑똑히 지켜보자.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