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5일 수원 아트리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식에서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비교적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아르헨·잉글랜드 최강의 상대지만
역대전적에선 한국이 우위 자신감
기니와 개막전 승리가 상승세 변수
신태용 감독 “원정팀들보다 유리”
‘국제축구연맹(FIFA) 레전드’ 자격으로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자로 방한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모국을 뽑아들고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의식적 행동이었지만, 개최국 관계자들 사이에선 외마디 탄식이 흘러나왔다.
1983년 멕시코대회에 이어 또 한 번 4강 신화를 꿈꾸는 신태용(47) 감독의 한국 U-20 대표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개최국 프리미엄과는 무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15일 수원 아트리움에서 열린 조 추첨식에서 한국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1번 포트에 배정된 한국이 자동으로 A조 1순위를 받은 가운데 나머지 상대국들은 아르헨티나(남미예선 4위), 잉글랜드(유럽예선 3위), 기니(아프리카예선 3위)로 결정됐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도 괴로울 지경인데, 그와 함께 내한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또 다른 ‘FIFA 레전드’ 파블로 아이마르가 잉글랜드가 적힌 종이를 뽑았을 때는 아예 깊은 정적마저 흘렀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아르헨티나도, 잉글랜드도 피하고 싶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U-20 월드컵 전신) 시절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6회 우승국 아르헨티나는 2월 끝난 남미예선 결승 라운드에서 2승1무2패, 4위로 본선에 턱걸이했으나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1993년 호주대회 3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긴 하나, 강한 힘과 체력을 앞세운 특유의 플레이를 무시할 수 없다.
15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코리아 2017 조추첨에서 마라도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그렇다고 마냥 비관할 필요만은 없다. 적어도 동일 연령대의 대회에선 뒤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는 역대 7차례 맞붙어 3승3무1패로 앞섰고, 잉글랜드에는 2승1무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국내에서 치른 잉글랜드와의 2차례 친선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은 우리 대표팀에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기니와의 대회 개막전(5월 20일·전주)을 잡는다면 상당히 유리한 흐름 속에 조별리그를 진행할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5월 23일 마주칠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잘 견뎌내고, 5월 26일 수원에서 상대할 잉글랜드를 지난해 2차례 평가전처럼 잘 요리한다면 기대대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부터 도입되는 비디오판독에 따른) 심판 판정도 그렇고, 홈 어드밴티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지만 멀고 먼 원정길에 오를 상대국들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대회 개막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흥행이다. 어수선한 시국 탓인지 지금까지 입장권 판매율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 대표팀이 홈의 이점을 확실히 누리려면 장외 열기가 필수다.
한국은 역대 U-20 월드컵에서 4강 1회(1983년 멕시코), 8강 2회(2009년 이집트·2013년 터키), 16강 2회(2003년 UAE·2011년 콜롬비아)의 성과를 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