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신태용 소문’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17-04-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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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오른쪽)과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슈틸리케 감독의 조건부 유임이 결정되면서 A대표팀 코치로도 일했던 신 감독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오른쪽)과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슈틸리케 감독의 조건부 유임이 결정되면서 A대표팀 코치로도 일했던 신 감독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슈틸리케 후임 돌려막기 소문 무성
부족한 인재…한국축구의 슬픈 현실

경질이냐 유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는 ‘조건부 유임’으로 결론이 났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렇게 정리하면서 “앞으로 한 게임 한 게임이 중요하다”고 말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여론의 강한 경질 압박을 뒤로한 채 ‘조건부 유임’을 결정한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라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제대로 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현 시점에서 지휘봉을 맡을 국내 감독도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조건부 유임은 신태용(47) 감독을 고려한 수”라는 축구계 일각의 분석이다. 이 같은 시각은 그나마 슈틸리케 감독의 대안으로 꼽을 만한 국내 축구인은 현재로선 신태용 20세 이하(U-20) 감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신 감독은 국내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5월 20일∼6월 11일)에 출전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도 당장 신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힐 수 없으니, 일단 슈틸리케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판단하겠다는 ‘밑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마침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은 6월 13일이다. 8월 31일 이란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이 예정돼 있어 6월 카타르전 결과에 따라 슈틸리케 감독 사퇴 여론이 다시 들끓으면, U-20 월드컵을 마친 신 감독을 대타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 신태용’이 아닌 ‘수석코치 신태용’에 관한 전망도 있다. 기술위는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경험 많은 수석코치’를 뽑기로 했는데, 신 감독은 여기에도 해당된다는 추측이다. U-20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A대표팀 코치도 병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신 감독을 둘러싼 여러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또 신태용인가’라는 점이다. 신 감독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도자 인재풀’이 부족한 한국축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밑에서 A대표팀 수석 코치를 지냈고, 한동안 A대표팀 코치와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기도 했다. 이어 안익수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U-20 대표팀에 재차 투입됐다.

신 감독의 리더십이 현재 국내 축구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각도를 달리한다면 한국축구의 지도자 인재풀이 그만큼 빈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태용 돌려막기’는 그동안 지도자 육성을 소홀히 한 한국축구의 냉정한 현주소인 셈이다.

한 축구인은 “슈틸리케 감독 경질시 대안을 꼽는다면 국내파 중에선 단연 신태용 감독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신 감독 개인을 위해서라도 그게 좋은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결국 참패를 맛봤던 홍명보 감독의 전철을 신 감독이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조건부 유임이나 신 감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 모두 한국축구의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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