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같은 위대한 업적은 한국야구의 밀알인 아마추어야구와 KBO가 함께 발전해야 이룰 수 있는 홈런이다. 이런 공통된 목표를 향해 김응용 대한야구협회회장(아래사진 왼쪽)과 구본능 KBO총재는 상호 협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아마추어가 프로의 미래 아닙니까.”(KBO 구본능 총재)
최근 한국야구는 융성과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프로야구는 10개 구단으로 확대되고 지난해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어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마추어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고교 팀이 2개(대전제일고, 안동영문고) 늘어나 역대 최다인 74개교로 확대되는 등 외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위기의 징후들도 나타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고, 여전히 아마추어야구의 해묵은 숙제인 유망주들의 혹사와 부상 방지 등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답보상태의 야구수준과 언제 내리막을 만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아마야구의 현실에서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로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두 수장이 손을 맞잡고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반가운 대목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초대 회장으로 김응용(76) 회장을 선임한 뒤 발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통합야구협회를 다 뜯어 고치겠다”고 선언했던 그는 KBSA 수장에 오르자마자 실제로 아마추어야구를 살리기 위한 행보들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자존심과 권위를 내세우는 대신 KBO에 지원을 요청할 것은 요청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실리 외교’로 고사 직전에 몰린 아마추어야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기에 KBO 구본능(68) 총재는 김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더니 실제로 발 빠르게 인적·물적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KBSA에 재정이 고갈돼 있기 때문에 KBO 차원에서 아마야구 회생을 위해 운영비로만 연간 10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종전 창단 지원금과 인건비 등 20억원 가량이 지원됐는데, KBO로서는 이제 연간 30~35억원 수준을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아마야구 지원은 미래 자원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인식하는 프로구단들도 늘고 있지만, 대승적 차원의 지원들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KBO 구본능 총재(오른쪽). 스포츠동아DB
무엇보다 전임 회장 시절 단절됐던 프로-아마의 대화채널부터 가동하기로 하고, KBSA 조직을 과감하게 수술한 부분이 눈에 띈다. 회장-실무부회장-사무처장-담당팀으로 간결한 체계를 구축했는데, KBO 양해영 사무총장이 KBSA 실무부회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은 한국야구사에서 전에 없던 조치다. 양 총장이 프로와 아마를 오가면서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산적한 현안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그 첫 작업으로 KBO와 KBA는 프로-아마 업무공조 TF팀을 구성했는데, TF팀장 또한 양 총장이 맡았다. 이미 지난달 초 첫 TF회의를 연 뒤 프로와 아마가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원도 지원이지만,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한두 개가 아니다.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일정 연기와 유소년 조기부상 방지를 위한 투구수 제한 및 변화구 투구 금지, 아마추어 선수들의 동계기간 경기 금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급하다고 무작정 서두르지는 않는다. 빠른 처방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100년 대계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 총장은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투구수 제한만 하더라도 이 분야 전문가들과 충분히 얘기를 나눈 뒤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 등이 필요하다면 그 과정들을 거쳐서 최상의 방안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 총재와 김 회장은 특별한 약속 없이도 야구회관에서 오며가며 종종 만나 대화를 나눈다. 구 총재는 “김응용 회장이 정말 열심히 뛰신다. KBO 차원에서 도와드릴 것이 있으면 도와 드리겠다”고 했고, 김 회장은 “아마야구뿐만 아니라 소프트볼에다 생활체육까지 통합하다보니 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점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KBO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구본능과 김응용. 두 수장은 프로-아마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역대 가장 힘 있는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야구를 살려야한다”는 데 뜻을 모은 두 수장의 아름다운 동행은 한국야구의 청사진처럼 빛이 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