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북마크]‘귓속말’, 파멸을 향해 달리는 치킨게임의 묘미란

입력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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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귓속말’ 영상 갈무리

‘귓속말’의 등장인물들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을 주고 받으며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의 약점을 파고 들며 반목을 거듭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먼저 일격을 가한 건 이동준(이상윤 분)·신영주(이보영 분)이었다. 최수연(박세영 분)을 김성식 기자 살인사건의 증인으로 세우는데 성공한 이동준은 사건의 진범인 강정일(권율 분)을 궁지로 몰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이동준이 꺼낸 카드는 강정일과 백상구(김뢰하 분)의 관계였다. 이동준은 강정일이 백상구에게 거액의 융자를 알선한 사실을 언급하며 사주를 한 동기가 충분하다는 걸 강정일에게 상기시켰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강정일은 아버지 강유택(김홍파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유택은 강정일의 연인 최수연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는 방법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갈등을 느낀 강정일은 결국 강유택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를 눈치챈 이동준과 신영주는 최수연에게 강정일의 배신을 조심하라고 경고를 남겼다.

연인 강정일의 배신을 쉽게 믿지 못했던 최수연은 그의 집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확보한 모습을 보자 이동준·신영주를 찾아가 협력을 대가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다시 위기에 몰린 강정일은 이동준을 멈추기위해 최일환(김갑수 분)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끌여들었다. 이동준이 태백에 입사하기 전 마지막 재판이었던 신창호(강신일 분)에 대한 판결문을 최일환이 썼다는 것을 알고 있던 강정일은 그 판결문을 확보해 대리재판을 걸고 넘어졌고, 태백을 지켜야했건 최일환은 김성식 살인사건에 대해 손을 떼고 제 몸 사리기에 들어가버렸다.

다 잡은 강정일을 손안에서 놓친 이동준은 최후의 수단으로 처음 강정일이 제안했던 '가짜 김성식 살인범'으로 정리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신영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동준 몰래 최수연의 증연 영상을 바꿔치기한 신영주는 영상을 들고 법원으로 향해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겨도 본전인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됐다.

'귓속말'의 치킨게임은 등장인물이 모두가 파멸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참가자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일단 김성식 살인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강정일과 최수연은 말할 것도 없고, 그와 대립각을 세우던 이동준과 태백의 대표 최일환, 강정일의 아버지 강유택 등도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지는 위태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진=‘귓속말’ 영상 갈무리


누군가는 반드시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쉽게 게임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의든 타의든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도덕성에 흠집이 있고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고(강정일), 이를 방조하고 은폐하고(최수연), 옛친구는 물론 그녀의 딸까지 가차없이 내쳐버리고(강유택),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자 곧바로 발을 빼버리는(최일환) 사람들이 '귓속말'의 등장인물이다.

이에 맞선 이동준도 사실 신영주의 협박에 못이겨 그녀를 돕기 시작한 것이며, 최일환의 대리재판을 받아들였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강정일과 타협을 시도하는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캐릭터이다.

그나마 신영주만이 도덕적인 흠집이 덜하다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아버지 신창호의 명예와 생명을 위한다는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이동준을 협박하고 조종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누군가가 포기하면 의외로 쉽게 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다들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날 '귓속말'에서 강정일은 이동중에게 김성식의 살인 혐의를 뒤짚어 쓸 가짜 범인을 제안하면서 "그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마전같은 태백에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애시당초 무리였다.

'귓속말'과 태백을 지켜보는 사람중 이 치킨게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사실상 화면밖의 시청자뿐이다.

단, 시청자들 역시도 이 긴장감 넘치는 치킨게임의 묘미를 끝까지 즐겨야한다는 역할에서 만큼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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