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차우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1번타자 박해민을 상대로 첫 공을 던지기 전, 차우찬은 모자를 벗고 3루측 대구 홈팬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2006년 삼성 입단 이래 2016시즌을 마치고 95억원 프리에이전트(FA) 대형계약으로 이적하기까지, 자신을 성원해준 대구 팬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그런 고마움과 별개로, 삼성과 대구 팬들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열망도 강렬했다. 특히 이날 삼성의 선발투수는 2011~2014년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합작했던 멤버인 우완투수 윤성환(36)이었다.
KIA, NC와 3강을 형성하며 이미 20승을 돌파한 LG와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간 꼴찌 삼성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어도, 그와 무관하게 두 투수의 클래스는 불꽃을 튀었다. 윤성환은 당대 최고의 컨트롤러답게 8안타 1볼넷을 내주면서도 핀 포인트 컨트롤로 LG의 결정타를 피해갔다. 3회초 1사 3루에서 허용한 LG 히메네스의 희생플라이도 삼성 중계플레이가 매끄러웠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실점이었다. 윤성환은 105구를 던진 상황에서도 7회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LG 박용택의 평범한 내야플라이를 삼성 포수 이지영이 놓치지만 않았어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포구 실책 후 안타를 맞고 121구를 던진 채 교체됐다. 승운은 또 한번 윤성환(1승3패)을 외면했다.
반면 차우찬은 구위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8회까지 115구를 던지며 4안타 무4사구 4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실점은 3회 삼성 이원석에게 맞은 홈런뿐이었다.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공이 좋아지는 차우찬의 특성이 또 한번 발휘됐다.
LG는 7회 2사부터 구원 등판한 삼성 장필준을 9회 1사에서 흔들었다. LG 박용택이 풀카운트에서 시속 147㎞직구를 밀어 쳐 결승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LG 양석환은 삼성 마무리 심창민 상대로 만루홈런을 터뜨려 대세를 결정지었다.
KBO리그 득점권 피안타율 1위다운 위용을 뽐낸 차우찬은 시즌 4승(2패)에 성공했다. 6-1로 이긴 LG는 6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윤성환의 통산 1100탈삼진, 이승엽의 KBO 루타 신기록(3880루타)이 나왔어도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대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