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피플] ‘옥자’의 옥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입력 2017-05-20 12: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칸&피플] ‘옥자’의 옥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옥자’의 거대괴물 옥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1년 전인 2006년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나타난 기괴한 거대 물고기에 맞서는 한 가족의 투쟁을 그리며 13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던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또 하나의 거대한 동물과 함께 돌아왔다.

영화는 거대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의 사랑 이야기. 식량난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감행하며 옥자를 이용해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미란도 코퍼레이션에 맞서 옥자를 구하려는 미자의 모험을 그린다.

칸 국제영화제는 봉 감독이 “영화 ‘괴물’ 이후 11년 뒤 인간의 숨겨진 짐승 같은 측면을 폭로하는 풍자적 우화로 돌아왔다”면서 “인간의 모순과 끝없는 욕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괴물’의 괴물이 그러했듯, ‘옥자’의 옥자 역시 이처럼 인간과 그 세상의 모순에 대한 “풍자”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 캐릭터다.

봉 감독은 ‘괴물’의 괴물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적인 시각효과팀과 손잡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등에 참여한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를 비롯해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뛰어난 시각효과를 창조해낸 미국의 오퍼니지 등이다. ‘꼬마돼지 베이브’의 호주 존 콕스도 참여했다.

봉 감독은 그 과정에서 괴물의 근육과 피부 등 매우 세밀한 부분의 움직임까지 생생히 살려내며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칭에 값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더욱 섬세한 작업으로서 옥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옥자는 2010년 봉준호 감독이 차를 몰고 길을 가던 도중 우연히 발견한 “큰 동물”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됐다. 봉 감독은 “환각이었던 것 같은데, 수줍게 생기고 내성적인 느낌이었다”면서 바로 그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머리 속에 잠자고 있던 “동물”이 옥자로 실제 태어나는 데에는 ‘옥자’의 시각효과 감독 에릭 드 보어의 힘이 컸다.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로 이미 2013년 미국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그는 옥자의 피부와 솜털, 근육 등 각 부위의 세밀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또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도 포착해내며 재능을 발휘했다.

봉준호 감독으 에릭 드 보어에 대해 “여러 배우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에릭 드 보어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찍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그 역시 훌륭한 배우”라며 찬사를 보냈다.

봉 감독은 “옥자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면서 “우리가 옥자의 겉모습만 본다면 그는 외형 속의 세밀한 관절구조와 근육, 지방 등 모든 것을 보고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옥자’의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그동안 작품을 통해 드러내온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를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스태프의 탁월한 재능이 빚어낸 또 하나의 창조물이다.

그렇게 태어난 옥자는 그 세밀한 움직임의 가장 치밀한 묘사의 성과를 연출자와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안겨주었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은 ‘옥자’를 통해 “자연과 생명,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메시지를 더욱 더 확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