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에 ‘향숙이’가 있다면, OCN 오리지널 드라마 ‘터널’(극본 이은미 연출 신용휘)에는 ‘연숙이’가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두 작품 속 서로 다른 두 캐릭터다. 극 중 광호라는 인물이 좋아하는 설정은 같지만, 극에서 상징하는 의미는 다르다.
특히 ‘터널’에서의 신연숙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의 개연성을 뛰어넘게 하는 유일한 인물. 신연숙에 대한 애타는 박광호(최진혁)의 마음이 시간이동이라는 부족한 개연성의 한계를 희석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롯이 80년대 속 신연숙을 연기한 이시아의 존재감도 주목받고 있다.
“(‘터널’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잘 돼야 3%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웃음) 덕분에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제가 지나갈 때마다 ‘연숙이다’라고 하세요. 일일극 때문에 어른들은 ‘별난 가족’의 강단이로 기억하시지만, 젊은 친구들은 ‘연숙 씨’라고 불러주세요. 이게 다 ‘터널’ 덕분인 것 같아요. 드디어 제 첫 인생작을 만난 거죠.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에게 감사해요.”
이시아는 ‘터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터널’은 OCN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16회·6.5%, 닐슨 코리아·전국기준·유료플랫폼)을 기록한 작품이다. ‘엔딩 요정’으로 불릴 만큼 ‘터널’의 숱한 엔딩을 장식했지만, 최종회에서는 엔딩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결말이 수정되면 이시아는 마지막까지 ‘터널’의 엔딩을 장식하며 ‘터널’ 팬들의 ‘연숙이’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터널’ 결말에 만족해요. 제가 나왔잖아요. (웃음) 사실 결말이 바뀐 거로 알고 있어요. 광호가 과거 돌아오지 못하는 스토리에서 과거 돌아오는 내용으로 변경되면서 지금의 결말이 완성된 것 같아요. ‘엔딩 요정’이라는 별칭답게 마지막도 제가 장식한 셈인가요? 하하.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만, 시즌2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언급할 입장은 아니지만, 시즌2 없는 상황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시그널’, ‘터널’에 이어 최근 특별 출연한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까지. 이시아는 범상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그려가고 있다. 작품 속 범죄의 직접 피해자이거나 간접적인 피해 인물을 통해 ‘피해자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시아는 “내가 억울하게 생겨서 그런가 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시그널’의 김원경과 ‘터널’의 신연숙을 많이 비교하세요. 저도 비슷한 점이 많아 고민이 많았어요. 시대적인 배경과 주인공의 첫사랑이라는 점에서 똑같은 연기로 보일까 두려웠어요. 그런데 두 인물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요. 특히 김원경은 수줍은 많고 소극적인데 반면, 신연숙은 외유내강의 스타일이에요. 박광호에게 먼저 데이트를 신청할 만큼 적극적이고 마음 표현에 솔직해요. 제 실제 성격과 많이 닮아 연기하기 수월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앞으로도 ‘연숙이’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80년대를 작품에서 두 번이나 겪은 이시아다. 작품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실을 동떨어진 시간 속에서 한 인물로 산 이시아는 이제 현재로 돌아오고 싶다. 과거 속 추억의 인물에서 벗어나 현실에서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싶다.
“차기작이요? 정우성, 이정재 대표님과 상의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다만, 이제는 현재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풋풋한 로맨스도, 진한 멜로도 연기하고 싶어요. 표독한 악녀 연기도 자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이시아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