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헥터는 왜 김기태 감독 방문을 두드렸을까

입력 2017-06-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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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헥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헥터는 14일 밤늦게 김기태 감독 방을 두드렸다. 이날 승리로 시즌 10승을 챙긴 헥터가 왜 굳이 심야에 자신을 찾아왔는지 내심 의아했다. 헥터는 뜻밖에도 김 감독에게 “믿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교체했어도 할말 없을 상황에 계속 마운드에 남겨둬 자존심을 세워준 것이 마음에 와 닿았던 모양이었다.

실제 헥터는 이날 사직 롯데전에서 5회까지 투구수 100개를 넘겼다. 5회말에만 롯데 강민호에게 2점홈런을 맞는 등, 3점을 내줬다. 그러나 KIA 타선은 6회초 바로 반격을 했다. 이범호가 3점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6회말 수비부터 교체를 했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수순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헥터를 또 올렸고, 심지어 7회까지 끌고 갔다. 헥터는 7회까지 123구로 끝냈다. 7~8회 추가득점에 성공한 KIA는 6-3으로 승리했다.

헥터는 시즌 13번 등판 중 무려 12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내는 괴력을 펼쳐 보이고 있다. 92.2이닝을 던져 방어율 2.43이다. 10승을 거두는 동안 패배는 없다. 명실상부한 2017시즌 KBO리그 최강의 투수이자 이닝이터다.

이런 헥터를 향해 김 감독은 “그럼 그 상황에서 너 말고 어떤 투수로 바꾸느냐? 네가 많이 던져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웃으며 돌려보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투수마저도 감화시키는 김 감독의 매력이 KIA의 전력으로 작동하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 가족들이 보고 있다”는 이유로 가급적이면 이닝 중간에 투수나 야수 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선수들을 향한 무언의 배려다. 이런 마음을 선수도 알고, KIA를 강하게 만든다.

헥터는 2016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15승5패 206.2이닝) 뒤, 먼저 “KIA에서 꼭 재계약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로열티를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2017년 연봉(170만 달러)도 동결을 수락했다. 옵션은 별도라 치더라도 이례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헥터와 KIA의 ‘동행’이 상호신뢰 속에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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