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비야누에바. 스포츠동아DB
한화는 5월22일부터 6월10일까지 비야누에바 없이 16경기를 치르며 심각한 선발난을 겪었다(4승7패·선발방어율 5.80). 그러나 서두르지 않았다. 비야누에바가 강한 복귀 의지를 나타냈지만, 트레이닝파트의 의견을 존중했다. “무리 없이 투구가 가능할 때”라는 복귀시점은 철저히 지켰다. 비야누에바는 복귀 후 2경기에서 1승, 방어율 2.77(13이닝4자책점)로 호투하며 자신을 기다려준 구단의 믿음에 응답했다. 17일 수원 kt전에선 7이닝 동안 5안타(1홈런) 1삼진 1실점의 호투로 4월19일 대전 LG전 이후 59일 만에 승리(2승째)를 따냈다.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비야누에바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그는 손가락을 펴 보이며 “아직 통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라 이길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비야누에바는 워낙 노련한 선수”라며 “구속이 나오지 않아도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머리가 좋은 투수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 비야누에바의 손가락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의 왼손 약지와 소지는 단단히 묶여있었다. 글러브를 착용할 때도 하나의 구멍에 두 손가락을 넣는다. 트레이닝파트에서도 비야누에바가 통증을 느끼지 않고 투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비야누에바의 ‘묶인 손가락’은 늘 ‘팀 퍼스트’를 외치는 그의 투혼이자,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트레이닝파트의 합작품인 것이다. 비야누에바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트레이닝 파트에 고맙다”고 했고, 한화 강성인 트레이닝코치는 “비야누에바의 투혼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야누에바가 올 시즌 9경기에서 거둔 승수는 2승(4패)이 전부다. 그러나 세부지표를 보면 그의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방어율(2.36·53.1이닝14자책점)과 삼진/볼넷 비율(3.89·35삼진9볼넷), 이닝당출루허용(WHIP·0.88), 피안타율(0.207), 퀄리티스타트(7회)의 지표는 비야누에바가 얼마나 안정적인 투수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승수 쌓기가 쉽지 않아 조바심이 날 법도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에 프로선수의 품격이 느껴졌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바심은 없었다.”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