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이슈메이커서 배우로…설리, 한국판 에리카 될까?

입력 2017-07-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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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설리. 스포츠동아DB

사소해 보이는 행동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남들과 같은 모습도 유난히 튀어 보이는 설리(최진리·23)를 두고 일본의 미녀스타 사와지리 에리카(31)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초등학생 때 데뷔한 것이나, 가수 겸 연기자로 활약한 ‘스펙’ 외에도 둘은 닮은 면모가 있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2005년 후지TV 드라마 ‘1리터의 눈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일본인 아버지와 알제리계 프랑스인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외모와 청순한 매력, 연기력을 갖춰 20대 여배우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다. 2006년 가수로 데뷔해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영화 ‘클로즈드 노트’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불성실한 태도로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 22세 연상과 결혼했다 3년 만에 파경을 맞았고, 대마초 흡연 논란 등 각종 돌발행동으로 악동 이미지를 키웠다. 거침없는 언변과 자유분방한 모습에 호감을 표하는 이들 덕에 몇몇 광고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설리는 그런 에리카에 비할 바 아니며 범죄행위도 저지른 적 없다. 다만 ‘이슈메이커’라는 관점에서는 닮았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얇은 옷을 걸친 사진을 SNS에 계속 올린 뒤 비난이 커지자 파격적인 ‘속옷 화보’를 게재한 모습에선 에리카 못지않은 ‘반항심’이 엿보인다. 입안에 생크림을 넣는 모습, 장어를 굽는 모습, 볶음밥에 계란 두 개를 올린 장면 등 사진에는 온갖 댓글이 달린다. ‘관종’(관심종자)이란 일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비난을 즐긴다’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고의적 행동’이라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에리카의 돌발행동을 두고도 “새로운 캐릭터를 잡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란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의 호불호 속에서 에리카는 2012년 영화 ‘헬터 스켈터’로 강력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해 그해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상급 배우로 인정받으면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해가고 있다. 물론 ‘기행’도 멈췄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가십거리인 설리가 최근 11살 연상의 회사원과 짧은 연애사로 다시 화제를 모았다. 누구나 하는 사랑과 이별이지만, 설리는 유난히 더 큰 관심과 ‘해석’을 낳는다.

설리는 최근 영화 ‘리얼’을 통해 배우로 관객을 만났다. 비중이 크지 않아 연기력을 평하기엔 무리라는 시선도 있지만, 여배우로서 뭔가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는 평가도 많다. 사와지리 에리카처럼 설리가 앞으로 좋은 연기를 통해 배우로 거듭날지, 그저 이슈메이커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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