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린렸다. 삼성 이승엽이 경기를 앞두고 열린 사인회에서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백승호(15) 군은 떨리는 마음으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두 손에는 흰색 배트가 들려 있었다. 행여 놓칠까 땀 찬 손으로 배트를 꽉 움켜쥐었다. 승호 군은 오랜 기다림 끝에 한 선수에게 배트를 내밀었다. 친필사인과 함께 번호 ‘36’번이 배트에 새겨졌다. 승호 군은 ‘라이언킹’ 이승엽(41·삼성)의 올스타전 사인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사인을 받은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승엽 선수가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는 것이 아쉽다. 내년에도 사인을 받으러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BO는 이승엽의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팬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올스타전 예매를 한 팬들에 한해 추첨 자격을 부여한 뒤 이승엽 팬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7살 어린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전 연령층의 팬이 전설의 마지막 올스타전 사인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대기시간에 설¤던 마음은 사인을 받은 후 기쁨으로 변했고, 뒤돌아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설’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구에 사는 이연정(25) 씨는 “야구하면 이승엽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본인이 선택한 길이기에 응원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300㎞를 넘게 달려 올스타전을 찾은 조인제(28) 씨는 “원래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자기 말을 번복하면 항상 보기 불편하더라. 그러나 이승엽 선수만큼은 예외일 것 같다. 1년만 더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전설을 아직 떠나보낼 수 없는 팬들은 저마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날만큼은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