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베테랑 이동국·염기훈…둘이 합쳐 72세, 본선? 할뚜이따아!

입력 2017-08-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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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이동국이 훈련장에 도착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이동국이 훈련장에 도착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조기소집 신태용호 두 베테랑 이동국·염기훈

A매치 103경기 33골 최고참 이동국
“대표팀은 아무나 오가는 자리 아니다”
2년만에 태극마크 염기훈 “우린 원팀”
“이란전 최상 시나리오 쓴다” 의기투합

한국축구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여정이 몹시 불안하다. 4승1무3패(승점 13)로 조 2위. 3위로 추락하면 지옥이 기다린다. 언제든 순위는 바뀔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정은 2경기.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이란과의 홈 9차전, 9월 5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10차전에서 한국축구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이 위기에서 내민 카드는 베테랑이다. 결전을 열흘 앞둔 8월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된 대표팀 소집훈련에는 우리나이 30세(1987년생) 이상의 선참들이 전 포지션에 걸쳐 두루 합류했다. 무려 5명이다. 세대교체가 잠시 미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이 있다. 피치 위에서 ‘세월을 씹어 먹는’ 사나이들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이동국(38)과 수원삼성 염기훈(34)은 대표팀 최고참이다. 특히 이동국은 신 감독을 보좌할 대표팀 차두리(37) 코치보다 나이가 많다.

그래도 분위기가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시너지를 기대한다. “호칭부터 어색할 것 같다. (김)남일이 형이 ‘빠따’라도 치고 싶다는 농담을 했는데, 나도 맞아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 밑으로 집합이 걸리면 코치가 몽둥이를 맞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활짝 웃는 이동국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축구대표팀 이동국.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 이동국. 스포츠동아DB


A매치 103경기(33골)에 출격한 이동국은 슈틸리케 전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 평가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파주NFC에 입소했다. 93번째 대표팀 소집. 그래도 설렘은 감추지 못한다. “(워낙 자주 드나들어) 낯설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새삼 감회에 젖어든다.

1998년 프랑스,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은 생애 3번째 월드컵 출격을 앞둔 첫 걸음이다. “솔직히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신 감독은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 의향을 물어보며 “지금의 몸 상태라면 본선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격려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기에 선수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신 감독이다. 이날 이동국은 ‘희생’을 강조했다. 외부인 입장에서 그가 바라본 대표팀은 자신이 부각되기 위한 인상이 짙었다.

“대표팀은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오가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에 우리가 못 나갈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시기다. 자신이 아닌, 주변을 돋보이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북, 그리고 K리그에서 가장 특별한 선수로 통하지만 그는 차고 넘치는 전북의 초호화 공격진에서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기꺼이 또 즐겁게 출전한다.

2010년에 이어 생애 2번째 월드컵을 바라보는 염기훈은 2015년 5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미얀마전 이후 2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코스타리카 평가전에서 A매치 마지막 득점을 올린 이동국처럼 염기훈도 당시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염기훈이 훈련장에 도착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염기훈이 훈련장에 도착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지금은 웃음을 잠시 미뤘다. 선참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의식, 부담감을 안고 있다. 염기훈의 생각도 이동국과 같았다. 내가 아닌 우리 모두였다. “어디까지나 철저히 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팀으로 표출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팀은 힘겨운 상황에서 베테랑이 역할을 해준다. 나부터 그렇게 하겠다. (이)동국이 형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거다. 모두를 위해서 월드컵은 무조건 가야하고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제가 있다. 1차 관문인 이란전을 잘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이기고, 같은 시간대 펼쳐질 중국-우즈베키스탄전 상황에 따라 월드컵에 조기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국과 염기훈은 “이란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고비 때마다 우리와 만났는데, 좋은 기억은 많지 않다. 벼랑 끝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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