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기자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탐방기

입력 2017-09-05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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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외부 전경.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외부 전경.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9월 5일(한국시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10라운드)가 열리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우즈베키스탄 대표팀과 현지 명문 클럽 분요드코르가 안방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건립한지 불과 5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즈베키스탄 축구 중흥의 상징이자 발전을 향한 몸부림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공간이다. 이 경기장은 독일 함부르크에 연고를 둔 디자인회사 GMP(Gerkan, Marg & Partners)가 지었다. 건축비로 2억5000만 달러(약 2820억원)가 들었다.
운명의 결전을 앞두고 이슬람 전통문양으로 외관이 꾸며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 이벤트까지 염두에 두고 건축된 경기장은 우즈베키스탄은 물론이고,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공식수용 3만5000명)를 자랑했다. 내부 공간을 빈틈없이 알차게 활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내부 전경.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내부 전경.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파란색과 하얀색, 연한녹색이 입혀진 관중석은 모두 3층 구조였다. 정부관료 등 주요 귀빈들이 드나드는 통유리 형태의 2층 VIP룸(스카이 박스)은 일반인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노트북을 놓고 작업이 가능한 데스크가 있는 미디어 존(Zone)은 경기장 본부석 꼭대기(3층)에 있었다. 좌석은 80여개 정도. TV 중계진과 라디오 해설부스를 별도로 마련한 것도 이채롭다.

그라운드 일부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는 어디에서도 없었다.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 대부분이 관영 언론이고, 언론자유 지수가 전 세계에서 바닥에 가까운 우즈베키스탄에서 미디어존 규모를 이처럼 크게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요드코르가 종종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의 주요 A매치가 이곳에서 열려 설계 당시부터 국제 규격에 최대한 맞췄다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원정 팀 취재진 숫자가 많은 촌극을 빚기도 한다. 이번 경기 때도 그랬다. 운명의 순간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타슈켄트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이 50여 명이었지만 현지 기자들은 20여 명 안팎의 소수였다.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리는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스프링클러가 힘찬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리는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스프링클러가 힘찬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선수단 공간도 훌륭했다. 본부석 1층 입구를 들어서면 인터뷰 룸(기자회견장)이 있고, 문을 나오자마자 주요 선수 스탠딩 인터뷰가 가능한 믹스트존이 나온다. 주변에는 깔끔한 선수단 라커룸이 있는데 화장실과 샤워실, 마사지 룸, 워밍업 존 등이 함께 딸려 있어 선수들은 동선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를 대비할 수 있다.

다만 그라운드는 라커룸보다 낮은 지대에 있어 선수단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양탄자처럼 부드러운 인조잔디가 깔린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라운드 컨디션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어지간한 경기장들보다 상태가 좋아보였다. 잔디 관리도, 정비도 잘 돼 있었다. 양쪽 페널티 지역과 측면을 중심으로 스파이크에 패인 자국도 있었으나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잔디가 뭉텅이로 뽑히거나 많이 밀리지는 않았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1층 라커룸.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1층 라커룸.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최근 우리 대표팀은 한국축구의 상징과 다름없는 상암 경기장의 질 나쁜 그라운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8월 31일 열린 이란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홈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역대 최악의 잔디 탓에 사전에 준비한 패턴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잔뜩 격앙된 태극전사들은 “같은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잔디 노이로제에 시달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우즈베키스탄-한국전을 진행한 AFC 경기감독관은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몇 년 째 홈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우리의 상황과 오버랩 되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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