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생활을 6년 정도 했으니까 새로운 곳에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솔로 앨범을 내고 나서 혼자서도 뭔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는데 뮤지컬은 달랐어요, 완전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라 더 걱정이 됐죠.”
정대현이 공연 중인 ‘나폴레옹’은 그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나폴레옹’의 동생인 ‘뤼시앙’ 역을 맡고 있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했다. 캐릭터 분석부터 연기하는 것 등이 모두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연습은 선배들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그는 “선배들이 캐릭터를 분석하시고 바꿔나가시고 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배움이었다”라며 “내가 뮤지컬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처음 ‘나폴레옹’을 제안하셨을 때,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도전했어요. 그런데 정말 모든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갖고 있는 걸로 잘 하려고 하면 더 실수가 잦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끊임없이 내려놓는 걸 연습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해 본적은 처음이에요.”
연습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그는 “낯선 곳에서 아는 분도 안 계시고, 또 제가 막내인데다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어찌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눈대중으로 조금씩 배우며 실수를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줘서 감사했다. 넉살이 없는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지 못해 죄송하기도 했지만 ‘막내’ 기운을 드리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정대현은 스폰지가 된 것처럼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무사히 첫 공연을 치렀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B.A.P 데뷔할 때보다 더 떨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식은땀이 계속 났어요. 대사와 노래를 하면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시뮬레이션을 계속 그리면서 하다 보니 제 부족함이 확 드러나더라고요. 좌불안석이었죠. 또 저는 대부분 무대에서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인데 뮤지컬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게 낯설고 새로웠어요. 이제 조금씩 뮤지컬 무대에 적응하고 있어요.”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만큼,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알았다. 정대현은 “노래와 연기는 당연한 것이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자로서 감정 표현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수일 때도 3분 동안 감정을 전달하지만 뮤지컬은 차이가 크다. 캐릭터의 역할, 배우들과의 호흡을 더 신경 써야겠다는 걸 느낀다”라며 “처음에는 노래와 대사만 외우면 된다는 생각은 정말 바보 같은 마음이었다. 작품에 진솔하게 다가가려면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무대에 설 때마다 다르고 더 많은 것을 알고 나갔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실수가 안 나는 게 가장 다행이긴 하지만 비싼 돈을 주시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건데 저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듣기는 싫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좋은 변화를 만들려고 하고 나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곧 B.A.P도 새 앨범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정대현은 “이번 앨범이 기존 B.A.P와 음악적인 색과 느낌이 달라졌다”라며 “조금씩 우리도 성숙해지는 것 같다.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 유일하게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인데 20대에는 더 도전하고 변화하고 싶어요. 솔로앨범도 내고 뭔가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나이를 더 먹으면 안정된 음악으로 팬 분들을 뵙고 싶어요. 계속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가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