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황수범.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황수범(31)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의 역투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배명고와 한민대를 졸업한 그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 뒤 삼성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어느덧 7년에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지난해까지 1군에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던 그는 올 시즌 5월 18일 문학 SK전에서 1-4로 뒤진 8회말 등판해 1이닝을 던지며 첫 인사를 했다. 그리고 1군 6경기째 등판인 두산전에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그는 “첫 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부모님부터 떠올렸다. 그리고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스스로 믿고 노력한 덕분에 꿈일 것만 같던 첫 승을 이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에 앞서 삼성 안성무(27)도 7월 28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뒤늦게 프로 데뷔 첫 승을 알렸다. 서울고와 고려대를 나왔지만 어떤 구단에도 지명을 받지 못했고, 경찰야구단에서 먼저 군복무를 마친 뒤 2015년 삼성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황수범과 안성무는 올해 정식선수 계약을 맺은 공통점이 있다.
삼성 안성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넥센 이영준(25) 역시 비록 구원승이지만 눈물의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에 구원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9회초 터진 고종욱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됐다. 단국대를 졸업한 뒤 2014년 kt에 2차 7라운드에 지명됐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지난해 육성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7월 27일 정식선수로 등록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들보다 이름은 일찌감치 알려졌지만, 1승을 위해 오랜 시간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선수도 있다. KIA 정용운(27) 역시 지난한 세월을 견딘 인동초다. 6월 4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월계관을 처음 썼다. 2009년 KIA 입단 첫해에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들어가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그는 이후 세 차례 팔꿈치 수술과 재활, 군복무, 육성선수 전환 등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데뷔 9년 만에 첫 승을 거둔 그는 이후 2승을 더 추가하면서 올 시즌 이름 석자를 알리고 있다.
KIA 정용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김태훈(27)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첫 1군 등판인 6월 24일 인천 LG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무실점으로 2009년 데뷔 후 9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구리인창고 시절인 2008년 퍼펙트게임을 기록해 주목 받으며 2009년 1차 지명을 받았지만, 데뷔 첫 승을 거두기까지 9년의 시간이 필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답답한 시간, 속절없이 흘러가는 나날들…. 그러나 수백 번, 수천 번 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낸 이들에게 1승은 그 간절함에 대한 보상인지 모른다. 이들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지금도 퓨처스리그에서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미생’들에게 희망의 동아줄이 되고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