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어렵게 본선행 이룬 ‘신태용 흔들기’…왜?
히딩크가 직접 발언 한 적 없어 저의 궁금
정몽규회장 등 수뇌부 “신감독 적극 지원”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9월 6일(한국시간). 국내에선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의 복귀 루머로 시끌벅적했다. “국민들이 원하면 대표팀을 맡을 의향이 있다”는 측근의 전언이 진원지였다.
타슈켄트의 한 식당에서 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이 간담회를 갖기 전이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월드컵 본선진출 소감과 본선을 향한 마스터플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자리에서 대표팀 스태프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불편한 상황을 먼저 수습해야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 불가다. 우즈베키스탄-한국전 현장을 찾은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미 “어려움 속에서 대표팀이 잘해줬다. 신 감독과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단장 자격으로 대표팀과 동행한 김호곤(66)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도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우리가 가장 어려울 때 신 감독과 대표팀이 알찬 결실을 냈다. 왜 그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타슈켄트 국제공항 출국장에서도 김 부회장은 “(기술위원장인) 내가 잘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면 협회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런 조짐은 없다. 감독 해임과 선임은 기술위원회 소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9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했다. “히딩크 감독이 그런 발언을 하실 분이 아니다. (공식 제안이 와도) 대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날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히딩크 감독 측의 논리는 이랬다.
“많은 팬들이 원한다.” “위기의 한국축구를 위한 봉사다.” “(히딩크 감독의 복귀를 외면해) 발생할 책임은 협회가 짊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큰 위기였던 시기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이 경질된 때였다. ‘왜 본선진출 후 이야기가 나왔는지’ ‘슈틸리케 경질 이후 협회와 접촉을 했는지’등에 대해 히딩크 감독 측은 “지금이 위기국면이고, (슈틸리케 감독이 떠났을 때는)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경험 많은 한국 감독’을 기준으로 제시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굉장히 모호한 설명이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은 이미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을 곳곳에 건립하는 등 꾸준히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웅의 변치 않은 애정을 모두 감사히 여긴다.
이렇듯 대표 감독을 통해서만 ‘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 제시한 히딩크 감독-신태용 코치 체제도 비정상적이다. 역으로 히딩크 고문-신태용 감독 체제가 현실적인 봉사의 방안이 될 수는 있다. 더욱이 히딩크 감독의 입에서 “한국을 이끌고 싶다”는 직접 발언이 나온 것도 아니다. 진정성과 진실여부 발언의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놀라운 추억을 안겨준 베테랑 사령탑이 여론몰이를 통한 접촉을 시도할 리 없다. 생각할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아직 히딩크 감독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면 의구심만 증폭될 뿐이다. 언제쯤 히딩크 감독의 진짜 입장이 나올까.
인천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