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 더 뜨거웠던 ‘명불허전’ 엘넥라시코

입력 2017-09-08 2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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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10회초 1사 1,3루에서 LG 안익훈이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7~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넥센의 2연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맞붙을 때마다 늘 명승부를 연출했던 까닭에 둘의 매치업은 ‘엘넥라시코’로 통하는데, 이번 2연전은 5강 경쟁과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라는 특수성까지 작용해 더 큰 관심이 쏠렸다.

7일 경기가 12회 연장 끝에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양 팀은 한 게임의 격차를 유지한 채 8일 맞대결을 준비했다. 7일까진 5위 넥센과 6위 SK, 7위 LG가 나란히 0.5게임차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국이었다. 전날(7일) 4시간 2분의 혈투를 벌인 양 팀 선수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치 살얼음판과도 같은 순위 싸움이 한창인 상황에 힘든 티를 낼 수도 없었다. 전날 두 차례나 자신의 파울타구에 정강이 부위를 맞아 통증을 호소했던 LG 이형종도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양 팀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답게 명승부를 연출했다. 넥센이 1-2로 뒤진 4회말 허정협의 2점홈런(8호)으로 3-2 역전에 성공했지만, LG는 5회초 곧바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넥센이 5회말 4-3으로 달아나자 6회초 LG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대타 유강남의 동점 2루타와 문선재, 박용택의 2타점 적시타로 단숨에 8-4까지 달아났다. 7회초 상대 폭투에 편승해 9-4로 달아날 때만 해도 LG가 승기를 굳힌 모양새였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넥센은 7회말 3안타 2사구 1볼넷에 상대 실책까지 묶어 4점을 추격했다. 8회 2사 1·2루에선 마이클 초이스의 적시타로 9-9 동점을 만들었다. 전날 9회 2아웃까지 1-0으로 앞서다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친 넥센이 전날과 반대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9회에는 양 팀 모두 득점에 실패하면서 연이틀 연장 승부가 벌어졌다. 9회말이 끝났을 때 이미 경기 시작(오후 6시30분) 후 4시간 10분이 흐른 오후 10시 42분이었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2루에서 LG 포수 유강남이 넥센 초이스의 중전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는 김하성을 태그아웃 시키고 있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결국 마지막에 웃은 팀은 LG였다. 10회 1사 1·3루에서 안익훈의 적시타로 만든 10-9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10회말 2사 1루에선 1루수 김재율이 서건창의 안타성 타구를 기막힌 점프캐치로 걷어내며 4시간 40여분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로 62승 3무 59패를 마크한 LG(승률 0.5123)는 넥센(66승 2무 63패·승률 0.5116)을 6위로 밀어내고 포스트시즌(PS) 진출 마지노선인 5위로 올라섰다. 양 팀의 격차는 게임차 없이 불과 승률 7모다.

한편 양 팀은 이틀간 24명의 투수(넥센 13명·LG 11명)를 쏟아부었고, 안타는 사이좋게 20개씩 나눠쳤다. 올 시즌 둘의 맞대결에선 LG가 10승 1무 5패로 앞섰다. 2016 시즌에도 넥센을 상대로 10승 6패를 기록했던 LG는 ‘엘넥라시코’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5위 싸움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LG 양상문 감독은 “쉽게 이겼어야 할 경기를 동점까지 허용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강했다. 넥센과 마지막 맞대결 마무리 잘하고 팬들께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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