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창이 몰고 온 ‘얼리엔트리’ 바람

입력 2017-09-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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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송교창. 스포츠동아DB

한양대 유현준·중앙대 양홍석 프로 도전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얼리 엔트리 바람이 불고 있다. 얼리 엔트리는 대학졸업반(4학년) 이전에 프로 드래프트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한양대 2학년 유현준(20·181cm)이 드래프트에 나서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중앙대 1학년생이자 국가대표 양홍석(20·199cm)도 얼리 엔트리를 선언했다.

과거에도 얼리 엔트리의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대학리그 정상급 선수가 졸업 이전에 드래프트에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특정선수가 프로로 진출하더라도 팀 전력에 손실이 없는 선수나 같은 포지션에 더 나은 기량의 선수가 있을 경우에만 드래프트에 나섰다. 주축선수가 일찍 프로로 진출할 경우 해당 대학교는 전력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4학년을 꽉 채운 뒤 드래프트에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일찍 프로무대에 나가겠다’는 뜻을 학교에 내비치는 선수도 드물었다.

한양대 유현준. 사진제공 ㅣ 대학농구연맹


드래프트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모교의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얼리 엔트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고졸선수 송교창(21·KCC)이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부터다. 삼일상고 출신의 송교창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2015년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3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2015∼2016시즌)에는 출전기회(20경기 출전)를 잡기도 어려웠지만, 지난 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52경기에 출전, 평균11.9점·5.6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또래 선수들이 대학리그를 전전할 때 송교창은 이미 프로에 완벽하게 적응해 억대연봉(보수총액 1억4000만원)선수가 됐다. 동기들이 프로에 진출할 때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거나 군복무를 마칠 수도 있다.

A구단관계자는 “선수들 사이에서 대학에서 4년을 보내는 것보다 1년이라도 빨리 프로에 오는 것이 선수의 기량발전에도 낫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이것이 송교창을 통해서 확인되면서 얼리 엔트리를 원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대학 관계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쁜 얘기일수도 있지만, 대학에서는 몸 관리가 어렵다. 재활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에서는 몸 관리도 할 수 있지 않나. 다만, 무조건 송교창과 같은 성공사례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프로는 본인의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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