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딸 본 ‘승리요정’ 레일리, 귀국 3일 만에 괴력투!

입력 2017-09-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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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롯데 레일리가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후 박수를 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감사합니다.”

롯데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29)는 요즘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보는 사람마다 축하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레일리는 지난 4일 미국으로 떠났다. 아내가 첫딸을 낳을 예정이어서 구단의 배려 속에 특별 휴가를 얻었다. 전날인 3일 사직 한화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10승 고지를 밟으면서 홀가분하게 출산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아내는 제왕절개를 통해 건강한 딸을 낳았다. 아빠가 된 레일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귀국 약속일인 9일에 맞춰 들어왔다. 사진을 본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첫딸은 아빠를 닮는다더니 레일리와 똑같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책임감이 강한 레일리는 귀국하자마자 롯데 선수단이 있는 수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조원우 감독에게 10일 수원 kt전에 선발등판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레일리를 만류했다. 시차 적응 문제도 있으니 5일 인천 SK전에 선발등판했던 송승준을 10일 kt전 선발로 내보내고, 레일리는 12일 LG전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귀국 후 3일 만인 이날 잠실 마운드에 선 레일리는 힘을 냈다. 5강행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LG 타자들을 상대로 7.2이닝 동안 106구 4안타 1볼넷 9삼진 1실점의 역투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8회초 2사 후 문선재에게 2루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바통을 이어받은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채은성에게 적시타를 맞아 1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후반기 들어 나올 때마다 팀이 이겨 ‘승리요정’으로 불리는 레일리는 이로써 시즌 11승(7패)을 달성했다. 특히 6월 24일 잠실 두산전 승리 이후 이날까지 최근 8연승 가도를 달렸다. 2015년 KBO리그 데뷔 후 LG전에서는 통산 11경기에 등판해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5연승 무패를 달렸다. 가을잔치에서 LG를 만날 경우 한층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한 잠실에서만 통산 7승 무패를 기록하게 됐다.

롯데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선두타자 전준우가 상대 선발투수 헨리 소사를 상대로 벼락 같은 솔로홈런(시즌 18호)을 날리면서 선취점을 뽑았다. 전준우로선 개인통산 6번째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이어 손아섭의 2루타와 1사 후 이대호의 좌전 적시타로 2-0으로 달아나며 기선을 제압했다. 손승락은 1.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4세이브를 올리면서 2012년 김사율(현 kt)이 작성한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올 시즌 이 부문 2위 NC 임창민(29세이브)을 5세이브 차이로 앞서나가며 세이브왕 굳히기에 돌입했다.

LG는 순위경쟁 상대인 SK와 넥센이 나란히 패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았지만, 롯데의 덫에 걸려 5위 싸움에서 한 계단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잠실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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