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이야깃거리 남겼던 에비앙 챔피언십

입력 2017-09-18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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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카 어워드를 수상한 유소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던 에비앙 챔피언십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9월 18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선수의 메이저 4승 합작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대회 첫 날부터 마지막 우승 순간까지 두고두고 회자될 화젯거리는 풍성했다.


● 아쉬웠던 ‘유종의 미’…안니카 어워드는 유소연 품에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한국선수의 우승 여부였다. 올 시즌 열렸던 4차례 메이저대회에서 3번이나 한국선수가 우승했기 때문이다. 4월 유소연이 ANA 인스퍼레이션을 가져갔다. 7월 박성현이 US오픈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8월에는 김인경이 브리티시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7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도 한국계 다니엘 강이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기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이 사실상 모든 메이저대회 왕관을 들어올린 셈이다.

올해 LPGA 투어를 휩쓴 우리 선수들도 프랑스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에 총집결해 4승 합작을 노렸다.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를 비롯해 세계랭킹 1위 유소연과 박성현, 김인경, 이미향, 슈퍼루키 최혜진 등이 출전했다.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6오버파가 사라져버린 박성현이 다음날 8언더파를 치며 단숨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이 6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나머지 우리 선수들 역시 선두 추격에 실패하며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우승은 9언더파 204타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에게 돌아갔다.

비록 4승 합작은 실패했지만, 수확도 있었다. 유소연이 생애처음으로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수상한 것이다. LPGA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이름을 딴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는 한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유소연은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US오픈 3위 등의 성적 덕분에 명실상부 최고의 ‘메이저 퀸’ 자리에 올랐다.

경쟁자들의 부진으로 박성현은 상금랭킹 1위를 지켰다.

박성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두고두고 회자될 54홀 취소결정

마무리는 우리 선수에게 해피엔딩이었지만 잡음도 있었다.

문제는 1라운드 취소였다. 대회 첫 날이었던 9월 14일 에비앙리조트엔 쉴 새 없이 폭우가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정상적인 경기를 방해했다. 결국 우천중단 4시간여 만에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가 전격취소를 결정했다. 문제는 1라운드 연기가 아니라 취소였다는 점이다.

LPGA 측이 기존 72홀을 54홀로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1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던 선수들의 기록이 무효가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대회임에도 규모를 섣불리 54홀로 줄였다며 대회운영의 미숙함을 꼬집었다. 같은 사건은 2013년에도 일어난 적이 있다.

미야자토 아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대로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주인공은 일본의 스타골퍼 미야자토 아이. 13년 프로생활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미야자토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필드를 떠난다. 5번의 우승을 기록하며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실력파이자 겸손한 매너와 플레이로 칭송을 받았던 미야자토. 그를 보내기 위해 전설적 선수 게리 플레이어가 18번 홀 직후 손수 꽃다발을 전하며 제 2의 인생을 응원했다. 미야자토는 뜨거운 눈물로 화답하며 필드와 작별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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