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찍혀도 카메라는 돈다

입력 2017-09-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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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이창동-김지운-박찬욱-봉준호 사진제공|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워너브라더스코리아·용필름·NEW

■ MB 블랙리스트 영화감독 5인의 현재


이창동 감독 ‘버닝’으로 8년 만에 복귀
장준환 ‘1987’ 촬영…민주화운동 조명
김지운 ‘인랑’·봉준호 ‘기생충’ 메가폰
박찬욱, 해외 프로젝트·후방 지원 주력


블랙리스트로도 창작은 막을 순 없다. 정치색으로 성향을 분류해 활동을 제약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연일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에 이름을 올린 영화감독들의 행보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좌파 예술인 리스트’에 속한 82명의 문화계 인사 가운데 영화감독은 52명으로 가장 많다. 그만큼 영화를 통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처럼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인물은 물론 이창동 감독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연출자도 있다. 김지운, 장준환 감독 역시 빼놓기 어렵다.

특히 이창동 감독은 2010년 영화 ‘시’ 이후 햇수로 8년간 공백을 보내다 이달 초 유아인 주연의 새 영화 ‘버닝’ 촬영에 돌입했다. ‘박하사탕’부터 ‘밀양’까지 연출작 대부분을 칸 국제영화제 등에 소개한 실력자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8년 간 메가폰을 잡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03년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경력 등으로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간 몇 차례 연출을 준비했지만 그 때마다 “투자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최근 7∼8년 동안 해외 프로젝트에 주력한 배경에도 의구심이 쌓이긴 마찬가지.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박쥐’ 이후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겼고, 지난해 ‘아가씨’를 내놓기까지 7년간 기획·제작자로서 다른 영화들을 후방에서 지원해왔을 뿐이다.

봉준호 감독 역시 2009년 ‘마더’ 이후 해외 프로젝트 ‘설국열차’와 ‘옥자’를 연이어 연출했다. 김지운 감독의 상황도 비슷하다. 100% 한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작품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서 블랙리스트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으려는 감독들의 창작은 블랙리스트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고, 최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두 정권이 만든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그 폐해가 낱낱이 공개되는 지금, 그 움직임은 활발하다.

MB정권 시절 야당을 지지한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장준환 감독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1987’을 내놓는다. 김윤석, 하정우 등 스타를 통해 군부독재에 맞선 6월 항쟁을 그린 장준환 감독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로 살아야 하는지 담았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도 오랜만에 100% 한국 자본으로 제작하는 영화 ‘기생충’에 돌입했다. 블랙리스트에 속한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가족 이야기다. 김지운 감독 역시 정우성·강동원과 최근 ‘인랑’ 촬영을 시작했다. 부당한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를 SF장르로 풀어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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